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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명박 ‘장애인 낙태·동성애 비정상’ 발언 파문

등록 2007-05-16 15:37수정 2007-06-14 17:49

16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이 전 시장의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6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이 전 시장의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애인단체 “죽여도 되는 존재라니” 반발
사무실 들어가 농성 “망발 공개사과” 촉구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동성애’· ‘낙태’ 관련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2일치 <조선일보> 전면(B섹션 3면)에 실린 ‘최보식의 직격인터뷰’에서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라며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또 낙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의 이 발언에 대해 관련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개사과 촉구 농성 현장

[%%TAGSTORY1%%]


<조선일보> 5월12일치 [최보식의 직격인터뷰]

―(최보식) 유럽에서는 동성애가 합법입니다. 이 전 시장은 개신교 장로인데 어떤 견해입니까?

5월12일치 조선일보의 이명박 인터뷰. 조선일보 PDF
5월12일치 조선일보의 이명박 인터뷰. 조선일보 PDF
(이명박) “나는 기본적으로 반대죠. 내가 기독교 장로이기 이전에,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는 반대입장이지요.”

―(최보식)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명박)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은 14일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해 “세계적인 추세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금지’를 천명해 대한민국의 동성애자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성적 지향’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눠 인식하는 것을 비판했다.

“장애아 둔 부모 잠정적 살인자 만든 발언” 비판

16일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동의 이명박 전 시장 사무실을 찾아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태형 기자
16일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동의 이명박 전 시장 사무실을 찾아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태형 기자

‘불구 낙태 허용’ 발언은 좀더 즉각적인 반발로 이어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5일 성명을 내어 이 전 시장은 “장애를 가진 태아의 낙태를 인정함으로서, 장애아를 둔 모든 부모와 출산을 앞둔 모든 사람을 낙태를 할 수도 있었던, 할 수도 있는 잠정적 살인자로 만든 것”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른 존재로 분류하는 것도 모자라 ‘낙태할 수도 있는’ ‘죽여도 되는’ 존재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오전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8개 장애인단체 소속 15명이 이 전 시장의 선거준비 사무실에 진입해, 농성에 들어갔다.

“제도 마련 등 열악한 상황 개선 커녕…”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동의 이 전 시장 사무실에서 “이 전시장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절반 정도가 중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제도와 정책 마련을 도외시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이런 장애인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할 생각은 커녕 망발을 한 이 후보는 공개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동성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로 바라보고, 장애인(불구자)의 출산이 예상될 경우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발언은, 관련단체들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와 법원서도 성적 결정권 인정

대법원이 하리수씨의 호적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인권위를 비롯해 법원에서도 성전환자들의 성적 결정권을 인정한 상태다. 동성애를 ‘정상’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은 1970년대까지도 미국 정신병학회에서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분류해왔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퇴행적 인식이다.

차별·언어폭력 넘어 극단적 효율주의 위험성 우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 세워져 있는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 당시 모습의 동상. 팔이 없고 선천적으로 짧은 다리로 태어났지만 입과 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 런던/구본권 기자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 세워져 있는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 당시 모습의 동상. 팔이 없고 선천적으로 짧은 다리로 태어났지만 입과 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 런던/구본권 기자

“불구로 태어날 경우 등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해야 할 것 같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언어적 폭력을 넘어 효율주의 극대화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 논리’를 내세운 대학살이었던 독일 나치정부의 유대인학살은 ‘우생학’에서 비롯했다. 나치는 940년대 이른바 ‘T-4 프로그램’ 을 통해 장애인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집단살인을 저질렀다. 게르만족의 유전학적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우생학을 펼친 이 극비프로젝트는 유대인대학살로 이어졌다.

나치·일제 ‘인간 개량’ 명분 학살·불임·낙태시술

나치의 ‘인종개량’을 내세운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을 이룬 일본에 의해서 한국에도 적용됐다. 일제는 한센병 환자 집단수용시설인 소록도에서 한센인에 대해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를 실행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는 팔이 없고 선천적으로 짧은 다리로 태어났지만 입과 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 당시 모습이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래퍼는 지난해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강연을 여러 차례 했다. 몇해전 한국을 방문했던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동성애는 비정상’ ‘불구 낙태 허용가능’ 발언을 사과하라는 요구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인터뷰]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불구’라는 표현 장애인 비하, 오해의 소지 없어
이 전시장 우생학적 관점 드러나…사과 하라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이명박 전 시장쪽으로부터 지금 일정들 때문에 바빠서 (강원도에 가 있어서) 만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공보팀에서 보도자료 나왔는데 ‘다소 오해를 불이킬 수 있는 용어선택이었다고 본다’는 표현을 썼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이 전 시장은은 분명하게 ‘불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을 비하하고 있는 용어다. 그걸 정확히 사용했고 거기엔 오해의 소지 없다. 변명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낙태란 것은 심각하게 생명을 위협받을 때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불구가 생명의 위협과 전혀 관계 없다. 다른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이 자리에 와서 우리를 만나서 우리 입장 듣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사과를 하기를 요청한다. 강자 중심의 생각. 장애인을 약자로 보고 죽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회가 철저하게 장애인들에게 가져왔던 우생학적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강한 자만 살아남기’ 그런 식의 발상이다. 장애인 인식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거나 무지하고 잘못 느끼고 있다.

일반인들이 오가다 말한 것이 아니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불구’라는 표현으로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했다.

이 전 시장이 활동보조인의 권리를 인정하긴 했지만, 서울시는 약속을 지금 지키고 있지 않다. 책임을 피하려는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시절에 약자 보호에 앞장섰다고 하는데, 또 그 성과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한 것 이야기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요청한 것이다. 2005년 5월19일 장애인들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 책임이라 우리는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거부했다. 민사소송까지 가서 결국 우리가 이겼다. 그것을 발단으로 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했으나, 이 전 시장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에서 단식농성 하고서야 타결되었다. 사람이 죽고 단식농성해서 겨우 받아들인 것이다.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사과하지 않았던 거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면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질 검증 등을 포함해서. 이러한 문제에서 그런 입장과 철학을 보이고 회피하는 모습에 공개사과도 없다. 대선후보로도 자격이 없다.

이번 발언은 이명박 전 시장이 장애인을 보고 있는 입장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 있는 언론을 통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게 제일 문제다. 얼마나 장애인을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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