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이 전 시장의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애인단체 “죽여도 되는 존재라니” 반발
사무실 들어가 농성 “망발 공개사과” 촉구
사무실 들어가 농성 “망발 공개사과” 촉구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동성애’· ‘낙태’ 관련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2일치 <조선일보> 전면(B섹션 3면)에 실린 ‘최보식의 직격인터뷰’에서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라며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또 낙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의 이 발언에 대해 관련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개사과 촉구 농성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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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14일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해 “세계적인 추세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금지’를 천명해 대한민국의 동성애자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성적 지향’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눠 인식하는 것을 비판했다.
“장애아 둔 부모 잠정적 살인자 만든 발언” 비판
‘불구 낙태 허용’ 발언은 좀더 즉각적인 반발로 이어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5일 성명을 내어 이 전 시장은 “장애를 가진 태아의 낙태를 인정함으로서, 장애아를 둔 모든 부모와 출산을 앞둔 모든 사람을 낙태를 할 수도 있었던, 할 수도 있는 잠정적 살인자로 만든 것”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른 존재로 분류하는 것도 모자라 ‘낙태할 수도 있는’ ‘죽여도 되는’ 존재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오전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8개 장애인단체 소속 15명이 이 전 시장의 선거준비 사무실에 진입해, 농성에 들어갔다.
“제도 마련 등 열악한 상황 개선 커녕…”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동의 이 전 시장 사무실에서 “이 전시장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절반 정도가 중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제도와 정책 마련을 도외시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이런 장애인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할 생각은 커녕 망발을 한 이 후보는 공개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동성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로 바라보고, 장애인(불구자)의 출산이 예상될 경우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발언은, 관련단체들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와 법원서도 성적 결정권 인정
대법원이 하리수씨의 호적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인권위를 비롯해 법원에서도 성전환자들의 성적 결정권을 인정한 상태다. 동성애를 ‘정상’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은 1970년대까지도 미국 정신병학회에서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분류해왔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퇴행적 인식이다.
차별·언어폭력 넘어 극단적 효율주의 위험성 우려
“불구로 태어날 경우 등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해야 할 것 같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언어적 폭력을 넘어 효율주의 극대화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 논리’를 내세운 대학살이었던 독일 나치정부의 유대인학살은 ‘우생학’에서 비롯했다. 나치는 940년대 이른바 ‘T-4 프로그램’ 을 통해 장애인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집단살인을 저질렀다. 게르만족의 유전학적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우생학을 펼친 이 극비프로젝트는 유대인대학살로 이어졌다.
나치·일제 ‘인간 개량’ 명분 학살·불임·낙태시술
나치의 ‘인종개량’을 내세운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을 이룬 일본에 의해서 한국에도 적용됐다. 일제는 한센병 환자 집단수용시설인 소록도에서 한센인에 대해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를 실행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는 팔이 없고 선천적으로 짧은 다리로 태어났지만 입과 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 당시 모습이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래퍼는 지난해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강연을 여러 차례 했다. 몇해전 한국을 방문했던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동성애는 비정상’ ‘불구 낙태 허용가능’ 발언을 사과하라는 요구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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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동의 이명박 전 시장 사무실을 찾아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태형 기자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 세워져 있는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 당시 모습의 동상. 팔이 없고 선천적으로 짧은 다리로 태어났지만 입과 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 런던/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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