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권리 있지만, 권리 안 세우고 있어"
지난달 22일 복지장관직을 사퇴한 유시민(柳時敏) 장관이 18일 한달간의 잠행을 깨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와 김두관 전 행자장관의 대권 선언 출마식에 잇따라 참석한 것. 김 전 장관 행사에서는 축사까지 했다.
이날 행사 참석은 한 전 총리의 경우 참여정부 내각에 함께 몸담았고 김 전 장관과는 참정연에서 활동한 인연을 고리로 이뤄진 것이나 당 복귀 후 외부활동을 일절 자제하며 `은인자중'해 온 데 비춰볼 때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범여권 주자의 대권 레이스 합류가 속속 이뤄지고 있고, 또다른 한편에선 우리당 양대 주주였던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 등의 탈당 도미노로 우리당 와해와 범여권 통합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서서히 움직일 당 안팎의 여건이 어느 정도 숙성된 게 아니냐는 분석인 셈.
유 전 장관은 지난달말 홈페이지 글을 통해 "당분간 신문 정치면에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루 8시간씩 집필활동에 매달려왔으나 지난 10일에는 동영상을 올려 "적절한 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김 전 장관의 행사에서 "저는 대선 후보로서 온 것이 아니라 나머지로 (축사를) 한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면서 "저도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 출마할 권리가 있지만 아무나 권리를 행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권리를 안 세우고 있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입장에서 듣고 있노라면 대통령선거가 아니라 왕이나 구세주 선거를 하는 것 같다"며 "책임질 수 없는,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이런 국민은 눈뜨지 못한 국민"이라며 현 대권주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집필중인 저서가 마무리되는 대로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초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본격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한 친노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당 상황도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7월 초를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고, 또다른 친노 인사는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우리쪽 판을 짜는데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거쳐 7월 들어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