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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이, 지도부 자제요청에 일단 ‘자숙모드’

등록 2007-06-26 10:59

`경선후 합심' 동의..은근한 신경전은 계속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과 당 지도부와의 25일 만찬 회동은 최근 한반도 대운하 문제와 검증공방 등으로 빚어진 `살풍경'과는 달리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상생경선 위한 긴급 간담회'라는 회동의 성격을 염두에 둔 듯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화합을 한목소리로 강조했고, 최근의 경선 과열 분위기에 대해서도 상호 자제하자는 데도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는 등 일단 `자숙'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워낙 경선분위기가 과열된 상태여서 지난달 4일 열린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강재섭(姜在涉) 대표,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간 4자회동에서 벌어진 설전이 재연될 것을 우려했으나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동은 시작부터 부드러운 기운이 흘렀다. 모임을 주선한 강 대표가 먼저 "후보들 모시고 의견도 듣고 말씀도 드리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운을 뗀 뒤 "소주나 한잔 하자"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박 전 대표가 "선거법에서 술로는 (건배) 못한다"면서 "물로 (건배를) 하면 물 먹이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정화수라고 하더라"고 농담을 던졌고, 이 전 시장도 "빈속에 소주 마시고 마늘 하나 먹었으면 좋겠네"라고 화답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기자들을 물리고 비공개로 진행된 식사에서도 강 대표는 "내가 담배를 끊은 지 4주나 됐다"고 자랑하자 박 전 대표도 "집에서 키우는 개가 새끼를 9마리나 낳았다"고 소개하는 등 가벼운 주제의 대화가 계속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 최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간 날선 공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다소 엄숙해 졌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번 대전 정책비전대회에서 청중의 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청중을 동원하지 않고 정책과 무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 후보 대리인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어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후보는 '반(半)미치광이' 참모는 '온미치광이'라는 말이 있다. (후보들이) 참모들을 제지해 달라. 그래도 자제하지 않으면 중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참모들이 말 조심해야 한다"면서 "검증위 발표후 캠프 반응을 보면 기막히다. 검증위에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라는 것 같다. 공작위원회가 되라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최근 당 검증위 발표에 대한 일부 반발을 감안한 듯 "지금까지 발표에 대해서는 자신한다"면서 이 전 시장의 자녀교육 목적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주장하는 것 같은 투기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검증 공세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강도면 그 딸도 강도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의 '힐난'에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몸을 낮추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겨냥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우리의 적은 밖에 있다. 이럴 때일 수록 경쟁하면서 화합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결과적으로 정권교체에 플러스가 되지 않는 것은 자제하자. 나 자신부터 그렇게 하겠다"면서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신문이 사진을 내면서도 잠시 고개돌린 것만 싣는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 엄청난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과장"이라면서 "당에서도 싸우지 말라고 자꾸 이야기하면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싼 검증 공방을 염두에 둔 듯 "정책이 나왔으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게 경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추대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이른바 '추격 3인방'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홍 의원은 "검증이 끝날 때까지 후보검증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 "각 후보 진영이 의혹을 먼저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8천억설이나 공천배제 등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발언자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오는 28일 이후 13차례 유세를 하는데 토론을 사이사이에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고 의원은 "검증위의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도달하지 않고 있다"며 당내 검증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회동이 끝난 뒤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이 전 시장) "경선을 잘 치르고 이기는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했다"(박 전 대표)는 평가가 나오는 등 이날 회동에 대해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원만하게 진행된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여전히 두 예비후보간 갈등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29일 당 최고위원단 간담회, 지난 1월 24일 상임고문단 만찬회동, 지난달 21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도 공정경선을 약속했지만 지켜지기는 커녕 오히려 상호비방만 격화됐기 때문.

더욱이 최근 대운하 보고서 유출과 관련, 이 전 시장 캠프의 핵심 인사가 이날 박 전 대표 진영 연루설을 주장하면서 "이런 정보를 상대 캠프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자 박 전 대표측에서 "그렇다면 간첩을 심은 것 아니냐"고 응수하는 등 공방이 날로 격화되고 있어 양 진영의 대치국면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승관 안용수 기자 hum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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