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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박 캠프, 국민경선단에 ‘무차별 문자폭탄’ 불법선거

등록 2007-08-17 14:26수정 2007-08-17 16:33

한나라당의 경선 후보 진영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한나라당의 경선 후보 진영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한나라 “우리도 항의로 괴롭다…고발은 중앙선관위 책임”
“하루에 10여통씩 문자메시지가 오는데 짜증 나 죽겠습니다”

대학생 임아무개(25)씨는 자신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 참여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문자메시지가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폭탄’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난달 20일께 한나라당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국민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대통령 선거과정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절차는 간단했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 주민번호 앞자리를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문자메시지 수신에 동의한다는 절차는 없었다.

하지만 8월에 접어들자 하루에 1-2건씩 문자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주로 이명박·박근혜 후보 쪽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였다. 내용은 “신문사 여론조사에서 상대 O 후보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대세는 굳혀졌다” 등의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였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넘어갔지만 점점 시일이 지날수록 문자메시지의 횟수가 늘어났다. 하루에 3-4통으로 늘어난 문자에선 이제 상대방을 비난하는 문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 “원칙공주가 왜 이리 허위 비방인가! 후보사퇴 운운은 경선패배 불복하겠다는 의도인가!”
▲ “경악!! 동아일보 여론조사 조작/ 박-이 지지율차 10%나 허위과장/ 인터넷서 비난 폭발”

선거일에 가까워지가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하루에 10여통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내용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선전이나 날조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임씨는 한나라당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다. 선관위에 고발하라”는 말뿐이었다. 임씨는 “한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선거에서 이런 식의 문자 폭탄을 보낸다니 한심하다”며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후보들이 발악하는 것이 안쓰럽게 보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선단 아닌 특정학교 동문에게도 ‘무차별 문자’ 발송

한나라당의 경선 후보 진영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한나라당의 경선 후보 진영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한나라당 국민 경선 참여를 동의한 국민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선거운동 메시지가 다량 보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는 한 시민은 17일 “안암골 호랑이 번개모임. 한나라당 합동 유세-오늘 12:30 잠실 주경기장과 야구장 사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자신을 비롯한 일부 고려대 동문들에게 무차별로 보내졌다고 <한겨레>에 제보해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명백히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57조의 3을 보면 “당내 경선에서는 다음 각 호에서 지정하는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 외의 방법으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이 허용하는 경선운동의 방법은 △ 경선후보자가 작성한 1종의 홍보물 1회 발송 △ 정당의 합동연설회 또는 합동토론회 옥내 개최등이다.

선관위 “명백한 불법 선거…2년이하 징역, 400만원 이하 벌금”

이 법에 따르면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명백한 불법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는 “현재 한나라당 경선에서 벌어지고 있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2년 이하 징역 4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 행해지고 있지만 제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조사국의 한 직원은 “문자메시지의 발송처를 추적하려면 검사의 영장과 담당판사의 정보 역추적권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문자메시지 보관일이 통신사마다 겨우 5~7일에 불과해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며 “계속해서 협조 공문을 보내고 있으나 캠프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선관위도 별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선관위의 김소양 차장은 “양 캠프가 불법적인 선거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도 항의전화가 많이 와 괴로운 상태다”고 말했다. “불법인줄 알면서 왜 고발을 하지 않느냐 ”는 질문에 김 차장은 “그것은 중앙선관위에서 해야할 책임”이라며 “당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한 것을 인정한다”며 “상대 캠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하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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