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인사 등 ‘이명박 독주’ 견제 나서
이쪽 “당권 달라는 것 아니냐” 불쾌
이쪽 “당권 달라는 것 아니냐” 불쾌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쪽에서 4일 당 화합의 전제 조건으로 ‘당권-대권 분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치솟은 것이다.
박 전 대표 쪽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현재 당헌에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게 돼 있다”며 “다만 대통령후보가 ‘필요한 범위 안에서’ 당무 전반에 우선권을 갖도록 한 것인데, (이 후보 쪽은) 이를 후보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란, 당 대표가 대통령후보까지 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사람은 당 대표 등 선출직 당직을 못 맡도록 한 제도다. 대통령후보의 지위와 관련해 한나라당 당헌 87조에는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돼 있다.
박 전 대표 쪽이 강조하는 점은 “최근 당직 인사에서 강재섭 대표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임명할 때 후보가 당 대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신문에 지상 발령을 내는 경우가 어딨냐”며 “당은 당 대표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이지,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 쪽의 이런 주장은 ‘이명박 독주체제’를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당내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요 당직 및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길게는 내년 총선 공천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 쪽은 이 후보가 당직 인사와 당 쇄신 등에서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권-대권 분리가 확실히 보장돼야 자신들이 나중에 제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바쁜 것도 아닌데 천천히 얘기해도 되겠네”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측근들은 “말도 안 되는 트집잡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호영 의원은 “현재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지 않고 있는 게 무엇이냐”며 “당헌에도 후보의 당무 우선권이 명시돼 있고, 지금도 강재섭 대표 중심으로 당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당권-대권 분리는 당권을 쥔 상태에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후보가 선출되면 당이 후보 중심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박 후보 쪽은 결국 당권을 달라는 것 아니냐. 속으로는 ‘너희들 잘 되나 보자’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당내 인사들은 “양쪽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곧 이뤄질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만남에서 어떤 식의 해법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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