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경선 후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만남의 자리엔 이명박 후보가 먼저 도착했다. 이 후보는 약속시간인 오후 3시보다 5분 일찍 도착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2분쯤 뒤 국회 귀빈식당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지난달 20일 전당대회 뒤 18일 만에 만났다.
“경선 끝나고 쉬지도 못하시고 바쁘게 보냈는데 건강은 괜찮으세요? 경선 때는 무척 더웠는데 그새 계절이 바뀌었네요.”(박 전 대표)
“저는 영화 한편 봤어요. (절기가) 백로가 됐다고요. 그때 고생했습니다.”(이 후보)
두 사람은 40분 동안 마주 앉았다. 이 가운데 후반부 25분 가량은 단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회동을 마치고 난 둘의 표정은 담담했다. 박 전 대표는 먼저 차에 오르며 “먼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또 봬요”라며 배웅했다.
회담 뒤 양쪽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 후보 쪽은 화합의 계기가 마련했다고 평가했으나 박 전 대표 쪽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정두언 의원은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협력하자고 한 만큼 앞으로 (화합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도 “둘의 화합 여부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만남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의원은 “이 후보가 할 이야기를 별로 갖고 오지 않은 것 같아 대표도 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며 “서로 덕담이나 하자고 만났나 싶다. 겉돈 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전 선대위 실무자도 “이 후보가 진정으로 박 전 대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고 이번 행사도 대국민 홍보 차원으로 한 것 같다”며 “솔직히 이 후보가 아쉬움이 없는 것 같다. 오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 형식을 두고 이 후보 쪽은 비공개를 원했으나 박 전 대표 쪽은 완강히 완전 공개를 원했다. 긴밀히 논의하는 형식으로 서둘러 화합의 모양새를 갖추길 원한 이 후보 쪽과 좀더 시간을 두고 이 후보의 진정성을 지켜보자는 박 전 대표 쪽의 셈법이 엇갈린 것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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