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조사받지 않은 내용”
사용처 드러날땐 치명상
최병렬 전 대표 “유무 얘기할 생각없다” 해석여지 남겨
사용처 드러날땐 치명상
최병렬 전 대표 “유무 얘기할 생각없다” 해석여지 남겨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1일 “2002년 당시 대선자금 모금과 잔금 사용 내역 등이 적힌 최병렬 전 대표의 수첩을 봤다”고 말함에 따라 수첩 존재 여부와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수첩의 폭발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우선 “이 수첩은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서 처벌받지 않은 이 전 총재가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또 그는 ‘대선자금’이라는 용어 외에도 ‘대선 잔금’이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했다. 특히 ‘대선 잔금 처리에서 폭발력’이라고 말했다. 불법이라도 대선자금을 모두 선거에 사용했다면 적어도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사용처에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한다면 이 전 총재는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최병렬 전 대표는 최근 나에게 ‘그 수첩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증인’도 내세웠다. 그는 “조선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학살을 적은 문헌이 후대에 전해졌으나 내용이 엄청나 불살라 버렸다는 역사가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수첩은 대선 잔금 처리에서 그와 같은 폭발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수첩 주인 최병렬 대표는 수첩의 존재나 내용에 관해 ‘노 코멘트’로 일관했으나, 해석의 여지는 남겼다. 그는 “수첩이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며 “사무총장이 나보고 (수첩 공개를) 하라 마라 얘기를 하느냐. 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수첩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고, 공개 가능성도 아주 닫아놓지는 않은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지난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을 경우는 수첩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2003년 9월부터 여덟 달에 걸친 불법 대선자금 관련 수사에서 삼성그룹에서 152억원, 엘지그룹에서 150억원, 현대차로부터 109억원 등 총 82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와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이 구속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시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차량째로 돈을 넘겨받아 ‘차떼기 당’이란 오명을 얻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구속됐던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1년 간 낱낱이 조사했는데 또 뭐가 있겠느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이유주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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