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지역 돌며 당협위원장 격려”
박근혜쪽 ‘내년 총선 불안감’ 여전
박근혜쪽 ‘내년 총선 불안감’ 여전
한나라당 내부 갈등의 핵심 고리로 여겨졌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전격 사퇴함으로써, 한나라당 내분이 새로운 기로에 섰다.
■이재오 “백의종군”=이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가 최근 당내 최고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9일 이 최고위원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내에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발언에 박근혜 전 대표는 “오만의 극치”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박 전 대표 쪽 의원들은 집단적으로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요구까지 꺼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가시화하면서 당내 화합이 절실해지자 이명박 후보는 이 최고위원을 나무랐고,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등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이 후보 진영 내에서도 원로 그룹에서 이 최고위원 사퇴론이 나왔고, 이 전 총재가 출마한 직후인 8일 결국 이 최고위원은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이 최고위원은 당분간 지역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측근들은 “서울이 아닌 지역을 돌면서 당협위원장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6·3동지회 회장인 이 최고위원이 외곽 지원 조직을 추스리는 구실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 쪽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그동안 이 후보의 ‘방패’를 자임하고 실무자들을 독려하는 좌장 노릇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구실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 측근인 공성진 의원은 “이제 중앙 및 지역 선대위가 틀을 갖춘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은 누가?=현 최고위원회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이므로,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의 공천도 현 지도부에 달렸다는 점에서,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 쪽 의원들이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해온 것도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이 있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함으로써, ‘살생부’ 위협을 느껴온 박근혜 전 대표 쪽 의원들은 두려움을 덜게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대선 직후 공천심사위원장 등으로 다시 실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 쪽은 이 최고위원 사퇴에 대해 “첫단추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강재섭 대표는 당내의 이런 불안감을 달래려 애썼다. 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이 끝나면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 가실 것이고 대통령은 당무에 일절 관여 못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외부인사가 30%가 넘는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의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살생부도, 쉰들러 리스트도 없다. 내년 7월 임기가 끝나는 당 대표로서,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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