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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 원칙 지키며 이명박에 원칙 압박

등록 2007-11-12 20:50

‘마음의 문’도 열었을까 / 닷새 만에 칩거를 풀고 외출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 대문을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에게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마음의 문’도 열었을까 / 닷새 만에 칩거를 풀고 외출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 대문을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에게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 출마’ 비판
일단 손들어주며 “공천권 당헌대로”
이후보 돕기 약속안해 BBK 등 변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은 예상보다 강한 톤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지금으로선 이명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을 뜻도 밝혔다. ‘소극적 지지’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 주면서도, 이 후보의 당내 행보를 매섭게 질타했다. 박 전 대표는 “승자가 공천권을 갖고 무소불위로 휘둘러야 한다는 것은 구태정치고 무서운 정치”라며 이 후보 쪽의 승자독식주의를 비판했다. 또 이 후보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명분상 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앞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애초부터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를 무턱대고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경선 승복’,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란 원칙을 밝혀온 박 전 대표가, 사실상의 경선 불복을 하며 탈당한 이회창 후보를 편드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를 애태우며 뜸을 들였지만 관심사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까였다. 그의 측근들도 “아무리 이명박 후보를 믿지 못한다 해도 이회창 후보를 편들 순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 후보의 기자회견과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있기까지 박관용 전 의장, 서청원 전 대표, 이기택 전 부총재 등 당 원로들과 강재섭 대표가 ‘메신저’ 노릇을 맡아 꾸준히 물밑 작업을 진행했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강 대표가 (박 전 대표 쪽에) 이런저런 접촉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협력해 달라는 원칙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당 원로들이 양쪽을 오가며 중재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차가운 마음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은, 원로 정치인들이 이명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부지런히 뛰었던 10일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을 자기를 대신해 대구·경북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당내에선 당분간은 ‘화합 모드’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끈 것이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후보가 공식 후보 등록일인 25일 전에 비비케이(BBK)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경우에도, 박 전 대표가 계속 이명박 후보의 버팀목 노릇을 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를 비판했지만, 이명박 후보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자세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나라당도 되돌아볼 일 여럿”
박 전 대표 일문일답

닷새동안 침묵을 지켰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입을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15분께 자문 교수단과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평소와 달리 정국 현안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후보의 11일 회견을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제가 한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돼야한다는 처음 생각에서 변함이 없다. 그래서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전 총재가 이런저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출마하신 것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여러가지를 뒤돌아보고 잘 대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의 3자(이명박-박근혜-강재섭) 회동 제의에 대한 생각은?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돼서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당에서 공천권을 왈가왈부하면서 패자가 공천권 가지면 안된다고 말하는 보도를 봤다. 그럼 승자가 공천권을 갖고 무소불위로 휘둘러야 된다는 말이냐. 그거야말로 ‘구태정치’고 ‘무서운 정치’다. 승자이고 패자이고 간에 공천권을 가져선 안된다. 당헌·당규대로 원칙과 상식을 갖고 하면 된다. 이 후보도 어제 회견에서 그런 취지로 말씀을 했습니다만, 후보도 애착과 의지를 갖고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 후보의 회견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것을 말씀하신대로 실천에 힘써주시는 데 달려있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것인가?

=당원이니까 선거가 시작되면 당연히 해야한다. 경선에서 진 사람으로서 깨끗히 승복하고 조용히 있는 게 엄청 돕는 것 아닌가. 제가 공식석상에 다니고 그러면 오히려 누가 되는 것이다.

-이 후보와 만날 것인가?

=필요하면 만나는 거지 뭘 새삼스럽게…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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