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20일 오후 러시아로 떠나며 인천공항에 환송나온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지난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한 뒤,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는 첫 공식 행보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의 지역구 사무실엔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 특사’는 이런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당내에선 해석한다. 이 의원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중국 특사), 정몽준 의원(미국 특사) 등 ‘차기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인천공항을 떠나면서 일단 몸을 낮췄다. 그는 한때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이날 출국길엔 “정몽준 의원 같은 새 인물들이 선출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고 정 의원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고위원에 불출마하고, 당분간 정 의원과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박근혜 전 대표를 겨누는 칼날은 갈수록 날카로와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국민 눈에 곱게 비치겠느냐”며 공천 문제를 거론하는 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분란 여지를 차단하면서 동시에 차기 대표 주자들과 동급이란 점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행보”라고 해석했다.
이 의원 쪽은 러시아 특사활동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기색이 뚜렷하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러시아 특사로 에너지 외교에 성과를 거둔다면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하기에 따라선 국제적인 능력을 갖춘 차세대 지도자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고 나름의 속내를 내비쳤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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