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치세력화’ 토론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30일 ‘노동자 정치세력화 버릴 것과 살릴 것’이라는 주제로 창립 13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형 진보정당 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찾아보는 이번 토론회에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쪼개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관계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는 진보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원인을 리더십이 없는데다 권력을 다투는 현실정치를 백안시하는 풍토에서 찾았다. 박 대표는 ‘지도자가 없는 민주주의에서는 대중권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정파와 붕당이 지배하게 된다’는 막스 베버의 발언을 인용하며, “2004년 원내 진입과 함께 어렵게 만들어진 진보의 정치적 자원이 탕진된 것은, 강력한 지도부의 부재로 인해 정파의 폐해가 무제한 허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진보정당은 개인으로 상징되는 리더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모델을 고집했다”며 “진보정당이 정치적으로 더 강해지려면 사회적 요구를 구체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리더십 형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진보정당 구성원들이 실제로는 권력정치를 하고 있으면서도 초연한 척하며 이를 비판하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누가 더 도덕적으로 규탄받아야 하는가’를 따지게 됐고, 이를 통해 진보정당 스스로 지지 기반을 끊임없이 축소시켜 왔다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온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한나라당의 집권으로,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항할 진보 정치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반 신자유주의 정치’의 요체를 ‘급진적인 민생정치’로 표현했다. 진보정당이 주거, 보건의료, 교육, 노후생활 등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의제들에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뉴타운 개발에 대한 서민들의 지지를, 개발독재 시대의 수혜에서 소외됐던 서민들이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모방적 욕망’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 모방적 욕망을 어떻게 급진적인 욕망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진보정치의 과제”라고 짚었다. 분당 반대론자였다는 그는 “진보정당의 분화가 기존의 정파적 인식 때문에 어려웠던 내부적 변화를 이끄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노당은 진보신당에 분열의 책임을 물었고, 3% 득표에 실패한 진보신당은 민노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비판했다.
이수호 민노당 혁신·재창당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분열로 진보진영에 우호적이었던 분들이 한 표를 포기했던 점도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환 진보신당 인천시당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민주노총이 민노당 운영에 개입하는 여건을 만들었고, 이는 당과 노조의 건전한 관계 설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진보정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권익 신장과 사회공공성 투쟁 등으로 대중적 설득력과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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