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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쇠고기 등 실정 민심 이반…한나라, 영남서도 고전

등록 2008-06-05 00:46

경남 남해군수 보궐선거에 당선된 무소속 정현태 후보가 가족들과 함께 개표 과정을 지켜보다 당선확정 소식을 듣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남해 연합뉴스
경남 남해군수 보궐선거에 당선된 무소속 정현태 후보가 가족들과 함께 개표 과정을 지켜보다 당선확정 소식을 듣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남해 연합뉴스
재보궐 연승행진 무너져
이병박 정부 국정운영 동력 위축 불가피
6·4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9곳 가운데 경북 청도 1곳만 건지는 비참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한나라당은 서울 강동구, 인천 서구, 경기 포천시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통합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선 구리시장 한 곳을 빼곤 싹쓸이를 했던 것과는 판이한 결과다.

수도권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모두 9곳에서 치러진 경기도 도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2곳에 당선되고 나머지 7곳은 민주당이 석권했다.

한나라당은 경남 남해, 거창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텃밭에서도 고배를 들었다. 특히 23.2%라는 사상 두번째로 낮은 투표율에도 조직력이 탄탄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래 치러진 20여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연승을 거둬온 기록도 무너졌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초반 실정에 대한 종합평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의 국민적 반발을 부른 쇠고기 파동을 비롯해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축약되는 인사 파동, 한반도 대운하 밀실 추진 등으로 급격히 민심을 잃었다. 당 역시 청와대의 독선에 제동을 걸지 못한 채 청와대 눈치 살피기에 급급했다. 게다가 총선 뒤 친박 복당 문제로 내내 진통을 겪으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정권 초 총체적 국정 난맥으로 인한 급격한 민심 이탈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 당선인(왼쪽에서 두번째)이 4일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맨 왼쪽)를 비롯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식 강동구청장 당선인(왼쪽에서 두번째)이 4일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맨 왼쪽)를 비롯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심이 엇갈린 배경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져 이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것이다. 특히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한나라당 지지층이 스스로 움츠러든 방증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선거 결과로 이명박 정권은 국정운영 동력 면에서 적잖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면적인 정책 쇄신과 국정난맥 책임자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를 견제하지 못하고 당내 화합을 이끌지 못한 현 지도부가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비록 전당대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고위를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구도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만큼 당 대표의 자질 역시 화합형에서 소신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친이 성향인 박희태, 공성진 의원 등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동과 인천 서구 등 수도권 2곳과 전남 영광 등 기초단체장 3곳과 14곳의 광역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지방선거와 대선, 총선 등 거듭된 선거 패배의 무기력함을 딛고 수도권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날 밤 통합민주당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중앙당사 6층에 마련된 상황실에 모인 20여명의 당직자들은 “이게 얼마 만의 재보선 승리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밤 10시께 상황실을 찾은 손학규 대표도 개표 경과를 전해 듣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당직자,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 쪽은 기쁨을 절제하는 표정도 보였다. 손 대표도 “이번 선거 결과는 서민의 생활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라며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지만 우리 야당에게도 표를 주셨지만 국민을 제대로 섬기라고 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패배를 예감한 한나라당은 초장부터 파장 분위기였다. 권영세 사무총장만 투표가 끝난 오후 8시께 잠깐 들렀을 뿐, 개표상황실이 꾸려진 여의도 당사 2층은 발길이 뚝 끊겼다. 상황실 벽엔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후보 6명의 득표수를 적어놓는 개표 현황판이 걸려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채 깨끗하게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우리는 요즘 쇠고기 문제 해결에 몰두하느라 선거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모든 선거를 지방에 맡긴 채 중앙당 차원에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실무 당직자는 “그래도 지방선거니까 괜찮다. 군수·구청장 몇 명 뽑는 거 아니냐. 걱정없다”며 애써 실망감을 감추려 했다.

성연철 김태규 이유주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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