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 공천비리 의혹
한나라당 비례대표공천 접수마감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형인 김옥희씨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하며 30억원을 건넨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비례대표로 부적절하다는 비판글이 지난 3월 이재오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옥희·김종원씨 사건이 한나라당이나 청와대와는 무관한 자기들끼리의 사기극이라는 여권 주장과 달리, 김종원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유의미하게 논의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나라당 공천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12일 ‘암행어사’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이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 “김종원 이사장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그의 운수사업 관련 행적을 상세하게 열거했다. △경쟁업체 인수 수법 △버스운송사업조합의 운영행태 △전환버스 조합원과 비조합원 처우 차별 등 김 이사장의 과거 행적을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 김 이사장의 비례대표 공천을 강력히 반대하는 ‘투서’ 형태의 글이다. 글이 오른 시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접수 신청이 마감된(3월11일)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의 공천을 반대하는 ‘투서’가 당시 공천과정의 실세로 인식됐던 이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 오른 것은, 그가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정도로 ‘유력한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김 이사장은 이 전 의원의 추천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선대위 교통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하필 이 전 의원 홈페이지에 올린 까닭도 이와 연관지어 해석될 수 있다.
이 전 의원 쪽은 김 이사장 연계설을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김해진 공보특보는 “김 이사장을 이 전 의원과 연결짓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홈페이지 글 역시 김 이사장을 조심하라는 정도의, 공천 당시 드물지 않은 형태의 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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