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원구성 등 ‘타협’ 행보
청와대·친이계와 갈등 키워
청와대·친이계와 갈등 키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달여 종횡무진 당무와 국정 전반에 나서 해결사를 자임했지만, 청와대의 개입 탓에 타결 일보직전에 결렬된 국회 원구성 협상은 그를 진퇴양난의 골로 밀었다.
홍 원내대표는 당과 청와대 양쪽에서 협공당하는 모양새다. 4일 열리는 의원총회는 이명박계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에 없던 의원총회가 열리는 것도 친이명박계인 안경률 사무총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의원은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여당과 청와대, 정부는 한 몸인데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외부에 (청와대를) 욕하는 것은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라는 걸 알리는 것과 같다”며 “원구성 협상에 있어서도 협상력이 부족해 무엇을 얻어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 권택기 의원 등도 ‘홍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이명박계의 핵심 의원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1일 “계속 명분없이 야당에 양보만 하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며 직설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상임위 차원의 인사청문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설치’란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자 청와대는 “법에 없는 정치적 해결은 수용하지 못한다”고 일축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가 △인사청문특위 설치 △법사위원장 양보 △<피디수첩> 증인 채택 제외 등 일련의 타협을 하자 청와대의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일단 “청와대가 원구성 협상을 틀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인사청문회 문제는 여야가 국회를 장기 방치해 둔 직무유기 탓이다”며 스스로 책임을 떠안았다. 지난달 31일 밤 여야협상 결렬 직후 “청와대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는 말과 견줘보면 서너발짝 뒤로 물러선 셈이다. 당-청갈등이 부각되는 모양새는 피하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어쨌든 ‘청와대에도 당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하겠다’던 공언이 허언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세 원내대표’ 대신, ‘허세 원내대표’이며,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힐난을 받을 수도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홍 반장’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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