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인 예결위 의결 ‘대타’ 편법에 무효판정
당 장악력 부족·전략 부재…야당 설득은 뒷전
홍준표 원내대표 “사퇴”…지도부 책임론 후폭풍
당 장악력 부족·전략 부재…야당 설득은 뒷전
홍준표 원내대표 “사퇴”…지도부 책임론 후폭풍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질주하던 ‘공룡 여당’ 한나라당이 전복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12일 자정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 소속이 아닌 다른 의원을 교체 투입하는 ‘사·보임’이라는 사소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바람에 예결위 표결이 무효가 됐다. 172석의 덩치를 자랑하는 한나라당이지만, 추경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무능과 전략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첫 작품이랄 수 있는 고유가 민생 대책을 하루빨리 집행하겠다는 욕심에, 처음부터 앞만 보고 달렸다. 야당의 도움은 별로 바라지도 않았고, 이한구 예결위원장 등 한집안 식구들의 불만도 제대로 다독이지 못했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7명이나 불참한 것도 이런 조급증이 낳은 집안 단속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도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압박만 했지, 야당에 설득 전화 한 통 넣지 않았다.
무리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졌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사·보임’ 투입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의결정족수(26명)가 채워졌다는 말만 듣곤 그냥 추경안을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편법을 써서라도 성급히 처리하려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꼴이 된 것이다.
예결위에서 한 ‘헛발질’을 전해 들은 김형오 국회의장도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하게 처리된 추경안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사색이 돼 뒤늦게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돼 있었다.
정부가 그토록 목을 맸던 추석 전 추경안 처리가 실패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도력 상실 위기에 빠졌다.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가 관례인 예산안을 표결 처리로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작 이날 밤 예결위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은 정원 29명 중 22명에 불과했다. 본회의 표결 처리를 위해 모든 의원들을 불러모았는데도, 최종 인원은 과반에 이르지 못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의외로 많이 오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영이 서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원내 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의 손실 보조금 지원 액수를 둘러싸고 민주당의 상당한 양보를 끌어냈음에도 이를 최종 결과로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당 안팎에서 불어오는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다음주에 예결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석 후 여야가 원점에서 추경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날치기 여당’이라는 오명을 한번 뒤집어쓴 한나라당이기에 대야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민주당과 부닥칠 때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앞으로 한나라당은 당 안팎에서 불어오는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다음주에 예결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석 후 여야가 원점에서 추경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날치기 여당’이라는 오명을 한번 뒤집어쓴 한나라당이기에 대야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민주당과 부닥칠 때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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