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타협하는 성격 접을수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정치적 거취 앞에 놓인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시간여 격론 끝에 ‘추가경정예산 처리 뒤 홍 원내대표의 거취를 재논의하자’는 결론을 냈다.
‘추경 뒤 재신임’이란 결과는 홍 원내대표로선 다소 ‘모욕스런’ 결과다. 홍 원내대표 쪽은 내심 박희태 대표의 지원 속에 의총 뒤 ‘재신임’을 기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 뒤 “할말이 있으나 하지 않겠다. 이제 주류인가 싶었는데 여전히 비주류인가 보다”며 허탈해했다.
홍 원내대표의 위상은 이번 국면에서 크게 추락했다. 홍 대표는 친이계 중심의 초선 의원들에게 “참모 조언 없이 독자적 발언을 하지 말라”(안형환 의원), “흠집난 지도력이 오래 가겠느냐”(김용태 의원)는 등의 훈수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홍 대표의 거취는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결론날 것 같다. 그는 “민생예산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민주당을 제외하고라도 이번주 안에 결론내야 한다”고 말했다. 재신임 문제는 추경과 연동돼 있다.
당내에선 홍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다수는 도화선이 됐던 추경안이 처리되고 나면 퇴진론이 자연스레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퇴론의 선봉에 섰던 이명박계 의원들이 다시 불씨를 지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게다가 당내 40여명에 이르는 친박 의원들이 교체에 시큰둥하고 친이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안부재론’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선 사실상 원내대표 교체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애초 홍 원내대표를 엄호했던 당 지도부가 이날 의총에서 재신임 결론을 끌어내기보다는 ‘유보’로 결론낸 것은 홍 원내대표의 퇴진도 염두에 둔 물러서기 아니냐는 것이다. 한 친이계 핵심 당직자는 “유보는 사실상 홍 원내대표에게 추경 뒤 알아서 물러나라는 사인”이라고 말했다.
일단 홍 원내대표의 마음은 유임으로 더 가 있는 듯하다. 그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물러나면 대통령의 뜻과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적잖은 수모를 당한 홍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 대표는 “민주당과 협상하기가 너무 힘들어 해방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원내대표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거취는 이르면 17일로 예정된 추가경정예산 처리 향방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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