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전운’ 감도는 국회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당직자들이 12일 밤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일자리 예산확대와 대운하 예산 삭감 등을 촉구하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민주 “형님 예산 철회”
민노 “서민 예산 확보”
민노 “서민 예산 확보”
여야가 2009년 새해 예산안 처리 기한으로 합의한 12일 밤 11시 정각. 본회의 소집을 알리는 국회 방송이 나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옆문으로 일제히 입장했다. 본회의장 정문을 막은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바로 맞은 편 예산결산 위원회 회의장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지 않았다. 민노당 의원들은 “서민 예산 확보하라”, 민주당 의원들은 “부실 예산 철폐하라, 형님 예산 철회하라”는 구호를 각각 외쳤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두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끝까지 입장하지 않았다. 예산안을 둘러싸고 종일 이어졌던 기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본회의 시작 뒤 서갑원, 신학용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단독 의사진행을 항의했으나 그 뿐이었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종일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두 당은 이날 오전 9시 나란히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급한 비상사태가 생기면 대처할 경우가 생길 수 있기에 오늘은 여의도 근처에 머물며 대기해 달라”고 예산안 처리 의지를 표시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 내년 예산안은 졸속으로 편성된 만큼 한나라당이 일방통행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오전부터 밤 10시께까지 네차례나 만났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때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한때 여야는 쟁점이 됐던 하천정비사업(500억원)과 포항 관련 예산(500억원)을 포함해 총 6천억원을 깎기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민주당이 요구한 4조3천억원 증액 부분에서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밤 10시 마지막 의원총회를 열어 13일 새벽 예산안 처리를 결의하며 사실상 민주당과의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민주당 역시 밤 9시께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본회의장 맞은 편 예결위 회의장 앞에서 예산안 통과에 반대하는 연좌 농성을 벌이되 본회의장 입장은 않는다”는 태도를 정리했다.
한편,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16개 감세법안의 법제사법위 통과를 막겠다고 법사위 회의실에서 농성했으나 오후 1시, 국회의장이 정한 법안심사 기한이 지나자 농성을 풀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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