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진영이 17일 사무총장 권한 강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지금 사무총장과 동급 서열으로 돼 있는 홍보기획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사무총장 아래 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안건에 올렸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중심으로 좀더 속도감 있게 당무를 집행해야 한다”며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안 사무총장은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에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사무총장의 권한을 분권화시켰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 때와 달리 거대 여당이 된 만큼 사무총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찬성했다. 공성진, 박순자 최고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친박 쪽은 친이계의 당 장악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나치게 사무총장의 권한이 커진다. 당내 분란을 부를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지금 결정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의원 역시 이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무총장이 행정·인사·재정·조직·홍보·전략기획 기능까지 다 관장하는 정치 후퇴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도 ‘당헌·당규를 필요에 의해 바꾼다면 그게 옳은 일이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친박 쪽은 주류인 친이 쪽이 사무총장 권한을 강화해 다가올 각종 선거의 공천이나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결국 이 논란은 “결정을 보류하자”는 박희태 대표의 말로 정리돼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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