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법안 부결 이후
‘번호사시험’ 개방땐 지방 로스쿨 위기 가능성
시험과목도 확정 안돼 학사운영 차질 불가피
‘번호사시험’ 개방땐 지방 로스쿨 위기 가능성
시험과목도 확정 안돼 학사운영 차질 불가피
변호사시험법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13일 한나라당 안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가운데 10% 정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로스쿨 체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로스쿨 학사 운영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쪽으로 법령이 개정될 경우, 비록 그 비율이 10%에 불과하더라도 파장은 로스쿨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우선, 로스쿨 지원자가 상당히 줄어들 게 확실하다. 독학이나 학원을 통해서도 응시할 수 있게 되면 굳이 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로스쿨에 진학할 이유가 없다고 여길 사람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 로스쿨들의 경우 지금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더 악화되면 상당수 로스쿨은 학생을 뽑지 못해 아예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 로스쿨 입시학원 관계자는 “서울의 법학 학원에서 더 낮은 가격에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되면 정원의 10%만 문호를 연다 해도 지방 로스쿨들이 받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학원 수업을 통해 변호사시험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면 학원과 로스쿨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과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로스쿨 제도 자체의 존폐 문제까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입학한 로스쿨 1기가 졸업하는 2012년까지 변호사시험법이 정리되지 않고 표류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올해 입학생들은 시험과목 등 세부적인 평가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어서 학사 운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법인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여당 내의 반대표에 부닥쳐 부결된 가장 큰 원인은 로스쿨 출신이 아닌 사람은 응시를 못하게 한 조항과 시험 과목을 줄인 조항 때문이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제정안 반대 토론에 나선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은 “로스쿨을 안 나오면 시험을 볼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만든 이 제정안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의 논리에 한나라당 비법조인 출신들이 적지 않은 반대표를 던졌고, 법조인 출신 의원들도 변호사시험 과목이 현재보다 줄었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로스쿨 도입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개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의회의 김명기 사무국장은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과는 달리 로스쿨에서 3년 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격시험”이라며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놓고 변호사시험을 일반인도 치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은 로스쿨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영 성연철 기자 minyo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