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승덕 의원이 서민경제 대책을 보고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희태, 원내 원칙 밝히면서
“원외인 분 정부기관으로 가고”
“원외인 분 정부기관으로 가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당내 ‘뜨거운 감자’인 당원협의회 위원장(옛 지구당 위원장) 문제 해법으로 “낙선자에게 자리를 배려해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서 “예를 들면 당협위원장으로서 국회의원에 실패한 분들이 정부 기관이나 좋은 요직으로 가고, 그렇게 비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이 되고 이런 식으로 지금 몇 군데가 해결이 되었다”며 “그게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니겠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등으로 출마해 당선돼 복당한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우선 배려하고, 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 낙선한 현재 당협위원장들에겐 ‘적당한 자리’를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6일 김무성, 홍사덕 의원 등 ‘친박 복당파’와의 점심에서 이 문제를 “순리대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친이-친박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친박 재선 당직자는 “당의 관례와 원칙에 따라 당연히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것이 맞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때도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했다는 점을 박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이 초선 의원은 “낙선 경위나 표차 등을 따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지 일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친이 쪽에선 당분간 공동당협위원장 체제로 가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희정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공동대표는 “박 대표의 말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당협위원장 개개인의 자리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정부 기관 등의 요직을 배려하겠다는 식으로 언급한 부분에는 당 안팎에서 모두 부적절했다는 평이 나온다. 한 경남 지역 친이 초선 의원은 “마치 당에서 마음만 먹으면 그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적절치 않다. 여론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기관의 공직은 공천과 선거에 떨어진 사람들이 나눠 먹는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집권 여당 최고 책임자가 해선 안 될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대한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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