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반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연구센터를 방문,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과 관련, "(소속의원들의 자유투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돼있는)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2009.5.7 koman@yna.co.kr/2009-05-07 14:38:46/
박근혜 전대표, 자신 배제한 논의에 친이쪽 진정성 의심
‘청와대 결재’ 거부감…극비회동 언론유출도 불신감 키워
‘청와대 결재’ 거부감…극비회동 언론유출도 불신감 키워
‘김무성 추대론’ 반대 왜?
‘김무성 원내대표론 반대’에 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7일 발언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계파 소리가 안 나올 때가 됐다”며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띄운 지 하룻만이었다. 박 전 대표로선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 대통령에 의해 친박인사가 일방적으로 당직에 기용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싸늘한 반대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 진영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꺼내든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진정한 친이-친박 화합이 아닌 재보선 패배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임기응변책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린 듯 하다. 자신을 배제한 채 급물살을 탄 논의과정도 동기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박 전 대표는 우선 자신과 청와대 간에 국정 철학이나 가치 공유가 충분히 이뤄진 뒤 김무성 원내대표 기용론이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채 원내대표 자리에만 초점을 맞춰 ‘수락하면 화합, 거부하면 국정협조 거부’란 식으로 친이쪽이 밀어붙이는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진정한 화합차원이 아니라 10월 재보선 출마가 절실한 이재오 전 의원 쪽에서 정략적으로 친박의 협조를 구하려 김무성 의원 카드를 추진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방미 하루 전날 새어나온 2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극비회동 보도는 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불신감을 더 키우는 재료가 됐다. 한 재선 의원은 “4·29 재보선 패배의 원인이 당내 불화 때문이란 이야기가 돌자 청와대가 ‘우리는 이렇게 박 전 대표를 끌어안으려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는 식의 변명을 하려고 일부러 이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박 전 대표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극비회동 사실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흘리는 쪽과는 더는 이야기가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실제 원내대표가 된다 해도 한계가 명확한데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는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인 판단도 한 듯하다. 향후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비정규직법 등 야당과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원내 전투에서 실패할 경우 친박쪽이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도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공동 책임만 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미국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충분한 설명과 절차없이 갑자기 쇠고기를 수입하니 국민이 불신한 것이지 반미감정과 전혀 관계없다”고 말한 대목은 이 대통령과 정국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반면에 원칙에 충실한 박 전 대표로선 당연한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 규정을 어기고 마치 당 대표가 청와대의 결재를 받아 추인하는 형식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주장해온 당정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박 전 대표는 원론을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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