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깊어가는 위기감…박대표 사퇴론 재론
청 “국면전환 인사 없어…검찰총장 조만간 교체”
청 “국면전환 인사 없어…검찰총장 조만간 교체”
“지금은 이 정권이 온전히 가느냐, 아니냐의 상황 같다.”(한 서울지역 재선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뒤 한나라당이 느끼는 위기감과 두려움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당 지지율은 5년 만에 처음 민주당에 역전당했고, 당 쇄신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내에서는 ‘원조 소장파’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박희태 대표 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청와대의 국정 기조 쇄신 가능성이 거의 엿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이라도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초조감 탓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악화된 여론도 압박이 된 듯하다. 남경필, 권영세, 원희룡 의원 등은 29일 박희태 대표를 만나 “쇄신의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박 대표가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친이재오계의 한 의원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말께 의원들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용퇴해 쇄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주초 박 대표에게 사퇴를 건의한 뒤 4일 의원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작정이다. 박 대표 쪽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박 대표 사퇴하고 뭔 상관이냐”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당 쇄신위도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쇄신 강도를 더욱 높일 분위기다. 김선동 쇄신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상황 변화가 있기 때문에 쇄신위의 활동을 근본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당분간 민주당과의 정쟁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사과, 정책기조 전환 등 민주당 요구에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자”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언론관계법 등에 관해선 “뭐가 이른바 엠비(MB) 악법인지 모르겠다. 방송법은 3당 원내대표들이 이미 국민과 6월에 처리하자고 약속한 것이니 존중해 주리라 생각한다”며 6월 국회 처리의 뜻을 접지 않았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국정 운영은 별개”라며 야당의 ‘조문 정치’엔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야당에 밀릴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대신 검찰 수뇌부 교체를 포함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독립적 일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임채진 검찰총장은 조만간 교체 인사가 이뤄질 것이고 김경한 법무장관도 교체론이 있다”고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 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했다. 시기는 한-미 정상회담 뒤인 6월 말이나 7월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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