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특위·‘민본21’, 당 지도부사퇴·대통령 사과 요구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와 중도 개혁 초선 모임인 ‘민본 21’이 1일 일제히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 총사퇴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실상 사과를 강도높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4·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드러난 민심이반이 엄중하고 심각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 대표 사퇴론은 당의 ‘간판’이라도 빨리 바꿔야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초조감의 발로로 보인다. 한 쇄신위원은 “악화된 여론의 추이를 따르려는 최소한의 자구책이자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한겨레> 조사에서 5년 만에 8.3%포인트 차로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이날 한나라당이 공개한 당부설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26.4%, 민주당 25.8%로 과거 절대적인 우위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본 21 소속 한 서울지역 초선의원은 “이번에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반 한나라당’ 투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날 사무총장과 여의도 연구소장에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장광근, 진수희 의원을 각각 임명해 ‘이명박계’에 치우친 인사를 한 것도 소장파들을 자극했다.
박 대표 사퇴론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서울광장 폐쇄, 경찰의 노 전 대통령 덕수궁 분향소 철거 등에서 ‘요지부동’의 청와대를 확인한 만큼 당이 나서 이 대통령이 ‘승인’한 박 대표에 대한 거부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청와대의 변화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4·29 재보선 참패 뒤 박 대표 사퇴론이 들끓던 지난달 6일 당-청 회동에서 “박 대표를 중심으로 화합·쇄신하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가자는 대로 당이 끌려가면 나라도 어려워지고 다음 정권창출도 힘들다”며 “박 대표를 사퇴시킨 뒤 당이 주도권을 쥐고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을 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쇄신위가 △국민 위로와 화합, 국정기조 변화가 담긴 대통령의 담화 요구 △총사퇴 수준의 내각과 청와대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박 대표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여부는 4일 의원연찬회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일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은 여전히 ‘오불관언’ 분위기다. 일부에선 이재오 전 의원쪽이 당권 장악용으로 박 대표 사퇴 등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쇄신위가 박 대표 사퇴로 국정쇄신 등의 주요 과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문제가 있다면 제도 개선으로 고쳐야지 인물공격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연철 최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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