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판’ 잇단 독자행보
“여당 중진으로서 말하겠다”
“여당 중진으로서 말하겠다”
친 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자행보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성적 판단이 안 되는 야당을 상대로 한 협상과 타협은 한계점에 왔고 결단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비정규직법이나 언론관련법 처리에서 대야 강경책을 주문했다. 그는 전날 박 전 대표가 참석한 친박의원 모임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적극 협력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의 잇단 발언은 일단 ‘박 전 대표의 좌장’이라는 정치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당의 4선 중진의원으로서의 ‘독자 영역 찾기’ 시도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번 일(5월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원내대표 추대가 좌절된 것) 뒤 어찌 내가 친박 진영의 좌장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좌장의 역할이 없어졌고, 나도 스스로 이를 내려놓으려 한다” 며 “앞으로 정파 차원이 아닌 여당 중진으로서 현안에 관해 할 말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날 ‘훌륭한 대통령’ 발언에 관해서도 “나라가 성공하려면 비판할 것은 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 박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만 목표를 둬선 안 되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마찰을 빚더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그동안 나라를 위해서나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위해서도 현 정부의 성공이 필요한 만큼 비판할 것은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친박 역할론’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 쪽에서 김 의원의 중량에 걸맞은 ‘자리’ 제의가 온다면 굳이 물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의원을 신설될 정무장관직에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한 측근은 “지난번 원내대표 추대론 실패라는 시련을 겪으며 김 의원도 자신의 정치 역정에 관해 많은 고민과 회의를 했을 것”이라며 “4선 중진인데도 지금껏 ‘김영삼 대통령의 무엇, 박 전 대표의 무엇’으로 평가된 것에서 벗어나 정치인 김무성으로서 평가받을 영역과 구실을 찾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