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제기하다 찬성 돌아서 “타격 자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결국 원칙을 버리고, 대세에 편승했다.
박 전 대표는 22일 언론관련법이 강행처리될 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기자들에게 “(직권상정된 언론 관련법이)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합의 처리가 됐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흘전 “언론법관련법 강행 처리 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던 결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처리된 법안은 박 전대표가 제기한 여론독과점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구독률 20% 이상 신문사의 방송진출을 불허했지만, 2006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발표한 인쇄매체수용자조사를 보면 <조선일보> 10.1%, <중앙일보> 8.4% 등으로 20%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결국 박 대표가 ‘반대 표결’을 공언하며 가장 강조했던 여론독과점을 해소할 수 없는 허울뿐인 규제인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쪽은 “애초 당론이었던 25%를 박 전 대표가 당을 끝까지 설득해 20%로 낮췄다”고 공치사를 했다.
“국민도 합의처리를 바란다”며 여야 합의와 국민설득을 강조한 그의 말도 헛 것이 됐다. 박 전 대표는 공개된 지 하루만에 강행처리된 언론관련법 처리 절차에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조차 “여론독과점 문제나 여론수렴, 여야 합의 부족 등의 문제에 관해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에 박 전 대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보도전문채널의 대기업·신문사 지분소유 30%(당론은 애초 49%) 제한과 측정이 모호한 시청점유율 30% 사후규제책만을 받아든 채 자신이 가장 앞세운 대의명분은 저버린 셈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최악의 타격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왜 그렇게 오락가락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특기인 ‘막판 외마디 정치’도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측근은 “당의 언론관계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좀더 일찍, 좀더 정교하고 강하게 대안을 냈어야 했다. 이번엔 실수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면대결은 아직 역부족이란 점을 자인하며 대세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측근은 “지금 상황에서 언론관계법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이명박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 분당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를 부담스러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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