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선진당 탈당을 밝히고 있다.기자회견을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심 대표쪽 “대통령이 세차례 전화”…독자노선 예고
선진당 “참 나쁜 정권” 강력 반발…청와대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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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선진당 탈당 파장
30일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전격적인 탈당은 국무총리직 기용을 둘러싼 이회창 총재와의 해묵은 불화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엔 내년 지방선거, 장기적으로는 2012년 총선까지를 겨냥한 충청권 맹주 다툼의 성격도 깔려 있다. 심 대표가 총리행이 무산된 상황에서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심 대표는 자신의 총리행을 정면으로 거부한 이 총재와는 한 배를 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직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초에도 청와대발 심 대표 총리설에 이 총재가 거부의 뜻을 보이자 심 대표는 당시 지역구에 머물며 두 달 남짓 중앙당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동안 심 대표는 총리직에 강한 의욕을 비쳐왔다. 심 대표는 “(정부 쪽의 총리직 제의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었다”고 말했다. 한 측근도 “대통령이 이번을 포함해 세 차례나 직접 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락해주길 요청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심대평 총리’안을 한때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운영에서 소외됐다는 불만도 심 대표가 탈당을 결행한 원인이 됐다. 심 대표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 ‘개인의 사당화, 구태의연한 정치’, ‘일인정당의 한계’ 등의 표현을 쓰며 이 총재를 신랄히 비판했다. 선진당 안에서도 “당에 총재만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심 대표는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해 “구체적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창조’를 언급하며 “이런 뜻에 동참하는 정치 신인들과 동행하며 허심탄회하게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충청권에서 선진당의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선진당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충청권 지역 여론 등을 주시하면서 행보를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의 몇몇 시장·군수들은 이미 심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하지만 심 대표가 큰 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선진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의원 중에 추가 탈당은 없다. 세가 약한 심 대표가 어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의 탈당으로 당장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만든 교섭단체 ‘선진과 창조의 모임’도 교섭단체 자격을 잃게 됐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두 당이 원내 교섭권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두 당은 현재 교섭단체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의 교섭단체 가입을 적극 권유하는 등 대책 마련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만나 대책을 숙의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선진당 몫인 국회 정개특위 위원 2명을 창조한국당에 모두 양보하고 4대강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데 선진당이 앞장설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교섭단체 합류에 거부할 뜻을 비쳤다.
심 대표의 총리직 기용에 상당한 공을 들인 청와대는 머쓱한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심 대표를 총리에 기용하는 것은 이 총재의 동의가 전제돼야만 화합·통합 의미가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총재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 대표를 총리에 기용하는 것은 오히려 분열을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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