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총 “몸싸움 수고…존경…동판 만들자”
강기갑 무죄 판결은 성토…일부 의원들 “한심하다”
강기갑 무죄 판결은 성토…일부 의원들 “한심하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날 무렵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연말 2010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고생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김소남 의원은 김밥하고 죽을 챙겨 오셨고, 이은재 의원과 조진래 의원은 망개떡 같은 것을 챙겨 주셨습니다. 감사한다는 표시로 박수 한번 쳐드립시다.”
한차례 박수가 쏟아진 뒤 김 부대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분들 말고도 본회의장에서 국민이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텔레비전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감수하면서 나선 의원들이 있습니다. 우리 차명진, 조전혁, 권택기, 김성회, 신지호 의원 등이 참 수고했습니다. 이분들에게도 박수 한번 쳐드립시다. 길이길이 존경합니다. 이분들 덕에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연설)를 못했어요.” 차명진 의원은 12월 31일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예결위 회의장에 들어가 “한나라당이 여기 쳐들어올 거다”라며 ‘교란작전’을 폈다. 김성회, 권택기 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31일 아침 예결위 회의장을 245호실로 바꿔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때 문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김정훈 부대표는 “몸싸움 하시다가 본회의장 속기사 석에 떨어지신 김성수 의원도, 나중에 몸싸움을 거든 고승덕 의원도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추어올렸다. 자리에 앉아 있던 10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여~어” 하는 환호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이에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분들 동판이라도 하나 만듭시다”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라면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협상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해야지, 몸싸움에 앞장선 몇몇 의원들을 본받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부라는 게 슬프다”며 “얼굴이 뜨끈뜨끈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재선 의원은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며 “참 한심하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폭력을 사용한 국회의원을 제명하고 △국회 의사진행을 방해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의장석이나 상임위원장석 점거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국회 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제출해둔 상태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국회 폭력을 두둔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정말 자기모순이다. 국민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성연철 최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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