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초라한 성적표
한나라당의 친박근혜계는 14일 전당대회 결과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 최고위원에 서병수 의원 1명만 턱걸이로 입성한 탓이다. 후보를 압축하지 못하면 공멸한다는 내부의 우려가 일정 정도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개표 결과 1924표를 얻어 5위를 기록했다. 애초 3위가 목표였지만 나경원, 정두언 의원에게도 500~1000표가량 뒤졌다. 함께 나선 친박 후보들인 이성헌, 한선교, 이혜훈 의원은 모두 1000표 초반대의 득표로 나란히 6~8위를 기록했다. 네 후보의 표를 합하면 5685표로 단순 수치상으론 4316표로 대표가 된 안상수 후보를 앞지른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선 친박 후보로 나선 허태열 의원이 3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어찌 보면 ‘예고된 재앙’이었다. 친박계는 4명의 후보가 완주하며 표가 갈렸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후보압축 뒤 공개지지 등 내부의 후보 줄이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무산됐다. 후보들은 대부분 박 전 대표의 낙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전당대회장을 나갔다. 홍사덕 의원은 “안도하고 씁쓸하다”며 말을 아꼈다. 격앙된 반응도 터져나왔다. 한 초선의원은 “바닥을 드러낸 얕은 우물에 저마다 목마르다고 떠마실 생각만 했다. 소수 비주류가 분열되면 어떤 참담한 결과가 나오는지 여실히 증명했다”며 “청와대, 정부에 각성하라고 외칠 게 아니라 친박 내부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떻든 친박계 후보들의 난립을 방치한 박 전 대표의 지도력이 한계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위원회에 1명만 끝자리로 들어감에 따라 친박계는 향후 당내 의사 결정에서 발언권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기 2년의 이번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 이후의 정치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2012년 총선 공천과 당내 대선 경선을 관장한다는 점은 친박계에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 될 수 있다. 한 친박계의 중진 의원은 “이번 결과가 좀더 분발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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