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에 ‘재탕 보고’ 책임 떠넘겨 질타 자초
민주 사퇴 요구에 한나라도 “부위원장이 답해라”
민주 사퇴 요구에 한나라도 “부위원장이 답해라”
“뻔뻔한 사람”, “파렴치한 행동”, “비겁한 처신”….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영화진흥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 6일 국정감사 때, 6월 임시국회에서 했던 업무보고를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재탕해 내놨다가 의원들에게 ‘재국감’ 처분을 받은 뒤 간부 직원 전원의 보직사퇴서를 받은 게 원인이었다. 조 위원장은 앞서 독립영화 지원 선정에 불법 개입해 정치권과 문화예술계의 사퇴 압박도 받아온 처지다.
의원들의 비판은 조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기 전부터 터져나왔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해 사퇴서를 받은 파렴치한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이런 비겁한 처신이 다른 기관장에게도 일반화돼선 안 된다”며 조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단상에 선 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도 ‘재국감’ 사유를 부하직원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매’를 벌었다. 그는 “제 부덕의 소치로 국감을 진행하지 못한 것을 깊이 사과한다. 실무진의 부주의한 실수로 의원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노여움을 드려 죄송하다. 각골난망으로 자세를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참 답답한 사람이다. 처음엔 본인 책임이라고 해놓고는 뒤엔 실무진 실수라고 한다”며 “이런 이중적 태도를 지닌 위원장의 보고를 받아야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조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저는 조희문 위원장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조희문씨라 하겠다”며 “영화계를 다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문방위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최종원 의원도 “소명하기엔 너무 길고 불명예스럽다. 이 자리에서 거취를 결정하라”고 사퇴를 재촉했다.
조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도 배척당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지난 국감 중단 뒤 서갑원 민주당 간사와 오늘 국감에선 조 위원장을 출석시키지 말자는 논의를 했다”며 “이미 문화부에서 조 위원장의 해임 절차가 진행돼 곧 결론이 날 상황이다. 조 위원장도 곧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부위원장에게 응답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조 위원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불똥은 문화부에도 튀었다. 김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조 위원장 (거취)문제도 해결 못 하는 문화부가 통탄스럽다. 한 사람 때문에 얼마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조 위원장은 “송구스럽다. 임기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사퇴) 일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임명권자의 판단도 존중해야 하는 만큼 여기서 사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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