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집시법’ ‘훼방꾼’ 공세에 반박만 열중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1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집시법 개정 반대’, 박지원 원내대표의 ‘엠비 훼방꾼’ 발언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도 여당 지도부가 의제를 선도하지 못한 채 야당에 끌려다니거나 야당 지도부의 발언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고 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실도 아닌 내용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는 것은 국익을 훼손하고 한-중 관계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넘어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무시한 것에 비애를 느낀다. 당장 자성하고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정두언 최고위원과 나경원 최고위원도 각각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이 창피하다”, “사실을 호도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정치문화를 방해하는 훼방발언”이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는 것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핑계로 국민의 기본권을 영구적으로 빼앗으려는 술책”이라고 한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겨냥했다.
한나라당에선 “명백히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 한다”(한 초선의원)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연일 야당 지도부의 말에 발끈하며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 지도부의 말에 일일이 시비를 따져 외려 이들을 띄워주고 야당의 이슈를 부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말고 우리가 할 일과 우리의 이슈에 더 신경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즉흥적으로 야당을 성토만 하는 모습은 경망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요즘 최고위원회에서 이슈화시킬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당 회의도 뜸하게 열리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주 화요일(19일), 수요일(20일)엔 공식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민주당은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손 대표 쪽은 한나라당의 호된 비판이 야당 대표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켜주는 측면이 있다며 나쁠 게 없다고 본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는 집시법 개정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입만 바라보고 야당 대표들을 호도하는 데 몰두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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