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예산 누락 설명하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누락된 것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러 찾아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불교예산 누락만 사과…안일한 태도
일방처리·서민예산 삭감에는 책임 외면
“친서민 헛구호…의회기능 파괴 반성을”
일방처리·서민예산 삭감에는 책임 외면
“친서민 헛구호…의회기능 파괴 반성을”
한나라당이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는 선에서 예산안과 법안 강행처리 후폭풍을 진정시키려는 것을 두고 안일한 사태 파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싸늘해진 불심’에 놀라 불교예산 누락에만 서둘러 사과한 채 민생예산 삭감과 정권실세의 예산 독식, 의회 논의 절차무시 등 본질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국회 폭력사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폭력의) 책임을 피하려는 야당의 장난에 우리가 너무 흔들릴 필요가 없다”며 예산안 강행 처리를 지적하는 야당 등의 공세에 적극 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비와 양육수당 증액분 삭감,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지원 중단 등 민생예산 삭감과 의회 심의기능 파괴 등에 대해선 ‘유감’ 정도의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전날 사퇴한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과도 불교계에 약속했던 템플스테이 예산이 빠진 것에만 한정됐다.
이에 대해 ‘친서민’을 강조했던 여당이 불교계 관계 복원이란 정치적 계산에만 급급해 정작 ‘서민예산 누락’엔 둔감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이날 “예산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쪽에 중심을 두고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결과”라며 “아이들 무료접종을 지원하고, 결식아동들에게 밥을 주고, 양육수당을 보조하는 것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일인데도 복지예산이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하며 의회 기능을 허무는 것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 4대강 주변을 개발하는 친수구역활용특별법 등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안건들에 대한 논의를 무시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행정부가 만들어서 던진 법안과 (파병)동의안 등을 입법부가 심의조차 하지 않으면 국회는 (정부 말에 움직이는) 통법부가 되는 것”이라며 “이번 국회의 물리적 충돌보다 더 심각한 것이 국회 논의조차 하지 않고 처리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예산과 법안의 문제점, 이것을 통과시켰을 때 야기될 결과, 법안 등에 수반되는 비용들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처리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처럼 ‘공정사회’ ‘친서민’ 구호 등에 걸맞은 실체적 내용을 채우지 못하면 집권 후반기에 민심이반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중도실용, 친서민, 공정사회 같은 말로 정국을 전환하며 끌고왔는데, (국민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말의 성찬에 취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역대 정부에서 치명적 독이 된 것은 바로 오만과 독선이었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도 “정부와 여당은 예산안 처리를 두고 지금 불교계에만 분노가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의 실망감도 크다는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며 “‘서민예산’을 챙기겠다는 것이 구호에 불과하다면 ‘친서민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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