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초선 15명과 재선 이상 8명 등 23명이 참여한 ‘국회 바로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구상찬, 김성식, 김세연, 홍정욱, 김성태, 황영철, 정태근 의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본21·쇄신모임 의원들 “어기면 총선 불출마”
청 일방 국정운영 항의…민주 일각, 의심 눈초리
청 일방 국정운영 항의…민주 일각, 의심 눈초리
초선 의원이 주축이 된 한나라당 의원 23명은 “앞으로 날치기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거수기 노릇 중단’을 선언했다. 앞으로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민본21과 쇄신모임 소속 초선 의원 15명과 재선 이상 의원 8명 등 23명은 이날 국회에서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를 다짐하는 의원 모임’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기관의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예산안 강행처리에 동참해 국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를 못 지키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국민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18대 국회에서 날치기는 없다”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법안 표결에 불참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모임엔 황우여(4선), 권영세·남경필·이한구·정병국(이상 3선), 신상진·임해규·진영(이상 재선), 구상찬·권영진·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세연·김장수·배영식·성윤환·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홍정욱·황영철(이상 초선) 등이 참여했다.
이들의 선언엔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돼온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강한 항의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성식 의원은 “자성의 형식을 빌렸지만 청와대로 하여금 밀어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강한 의사표시이며, 국회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 인책론보다 훨씬 더 실천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심상치 않은 민심의 기류를 감지한 때문으로 보인다.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서민·복지 예산 누락과 ‘형님 예산’ 논란 등으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이대론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당 의원의 집단적인 ‘거수기 거부’ 선언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 지도부는 당혹함과 함께 불쾌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를 청와대 오더(지시)에 따라 했다는 말이냐”며 발끈했다. 이들 23인의 강행 처리 불참 선언에 따라 여권은 내년 초 국회 처리를 검토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안 비준 추진에 적잖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참여한 점도 여권 수뇌부로선 고민스런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언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제도와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들의 선언은 총선용 ‘자구책’ 수준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던 의원 6명은 ‘의원직 불출마’란 조항에 부담을 느껴 막판에 이탈했다.
야당에선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반성이 진심이라면 날치기 예산과 법안을 제자리로 돌리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에선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결단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변화가 생긴 만큼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17일 만나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이정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이정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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