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안상수 대표의 정계 은퇴 촉구
“당 대표가 대 이어 성희롱하는 전통 만들어” 비난
여당서도 “5달된 당대표가 대통령 레임덕보다 빠르니…”
“당 대표가 대 이어 성희롱하는 전통 만들어” 비난
여당서도 “5달된 당대표가 대통령 레임덕보다 빠르니…”
‘보온병 포탄’ 사건에 이어 ‘룸살롱 자연산’ 설화까지 자초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23일 당 안에선 독단적인 당 운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야당은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가 시작되자 안 대표는 자신의 발언 파문을 의식한 듯 “오늘은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비공개 회의 분위기는 ‘독단적인 당 운영’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당·정·청 소통이 대표나 사무총장 등 극소수에 한정돼 있다”며 “당·정·청 회의가 끝나면 사무총장이 내용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정책위의장 교체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고 따졌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제가 입이 무거워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들이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당·정·청 회의도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명색이 집단지도 체제라는데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맞느냐. 이게 안 대표만의 사당이냐”라는 비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의 ‘룸살롱 자연산(여성 종업원)’ 발언에 대해 당내 초재선급 의원들은 당혹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은 허탈함마저 토로하고 있다. 한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자꾸 안 대표가 실수를 하니 솔직히 이젠 빨리 대표를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지역구를 아무리 열심히 쏘다녀 봐야 안 대표 말 한마디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의 초선 의원도 “이미 당 안에선 2012년 총선을 안 대표 체제로 치른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거의 없다. 안 대표가 지원유세를 온다면 모두 도망간다고 할 판”이라고 말했다. 당 일부에선 “어떻게 대통령 레임덕보다 취임 5달 된 대표의 레임덕이 더 빨리 오느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날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서도 “이젠 안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내 일부에선 내년 1~2월께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다음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당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이 각각 2012년 7월과 8월로 겹쳐 있다”며 “안정적으로 대선 경선 관리를 하려면 전대 일정을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거듭 안 대표의 정계 은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강재섭, 정몽준 전 대표에 이어 안 대표도 성희롱 발언을 해, 당 대표가 대를 이어 성희롱하는 전통을 만들었다”며 “안 대표는 대표직과 국회의원 모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자연산’은커녕 양식도 없는 그런 분에게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겼으니 당이 이 모양이지 않으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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