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여당 ‘청와대 거수기’ 전락…야당 ‘견제 실패’ 무기력

등록 2010-12-30 09:09

장면 1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지난 8일. 외부에 있던 한 여당 의원은 동료 의원한테서 “빨리 본회의장으로 오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연말도 아닌데 설마 오늘 처리해요?”란 물음에 “뭘 모르는 소리 좀 그만해라. 오늘 밤 대통령 동남아 순방 비행기 출발 시각도 모르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장면 2 지난달 20일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와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의 청와대 오찬 자리.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했다. 한 여성의원이 서둘러 대통령의 사인을 받으려고 자신의 등을 들이댔다. 그가 ‘등판’ 사인을 받자 다수 참석자들도 그대로 따라 사인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올해도 청와대 거수기란 오명을 떼지 못했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당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모든 후보가 “수직적 당·청관계 개선”을 외쳤지만 그때뿐이었다.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 안(9일)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이 나온 지 일주일여 만에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당내 감세 논란도 “감세 철회 논란은 잘못”이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말 한마디에 흐지부지됐다. 정몽준 전 대표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면서까지 세종시법 수정안을 밀어붙였다.

당직 인사도 대통령의 하명을 확인해야 했다. 예산안 날치기 뒤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물러난 것도 전날 있었던 청와대 만찬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직 최고위원 역시 김대식 전 민주평통사무처장,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 등 청와대 의중이 담긴 인사를 임명하려다 당내 반발에 무산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여당 대표’ 같은 모습으로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 그는 하루 만에 직권상정 기한 지정→질서유지권 발동→경호권 발동을 일사천리로 이어가며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길을 터줬다.

제1 야당인 민주당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 저지” 목소리는 높았으나 결과적으론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힘이 달렸다. 야권 연대에 응하면서도 기득권 지키기 탓에 맏형 구실을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6·2 지방선거 국면에선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 탓에 전국적인 일괄 연대가 무산됐다.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투표 이틀 전에야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황급히 후보단일화를 이뤘으나, 결국 이재오 후보에게 패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