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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 지도부 15분만에 ‘정 포기’

등록 2011-01-10 20:01수정 2011-01-11 09:08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부터)와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서병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부터)와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서병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최고위 참석 8명 전원 “정동기는 안된다” 결론
잇단 설화 안상수, 내년 총선 고려 ‘빠른 결단’
여당은 통보했고 청와대는 불쾌해하면서도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사실 청와대로선 수용하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정동기 감사원장 카드’를 밀어붙이려면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여당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거부하는 상황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굴욕사건’이라 할 만하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10일 결정을 내리기까진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이건 당이 선도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정동기는 안 된다”는 게 참석 최고위원 8명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안 대표는 즉시 원희룡 사무총장과 원희목 비서실장을 통해 각각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중국 출장중인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정 후보자 자진사퇴 권고’ 결정을 전했고, 김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한 참석자는 “청와대와 오후에 만나 정 후보자의 사퇴 형식 등을 조율하는 게 최선이라고 봤지만 도저히 보안 유지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우려하면서도 일단 인사청문회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9일 “인신공격성, 정치공세성 청문회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10일 아침 최고위원회 공개회의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정부 인사나 정책이 잘못됐을 때 과감히 바꾸고 고쳐야 한다”며 분위기를 잡았고, 서병수 최고위원이 “공직사회에 만연한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을 당이 주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선 “인수위에 참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대통령의 측근에게 행정부를 감시하는 감사원장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후 원희룡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당 최고위원 9명이 모두 안 된다는 상황에서 인준이 부결되면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최고위에서 이를 걸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미 당내 밑바닥 여론은 ‘정동기 불가론’으로 기울어 있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정 후보자 임명은 감사원 독립이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소속 한 위원은 최고위가 정 후보자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뒤 한 최고위원에게 “(부담을 덜어줘) 고맙다”고 할 정도로 당내 여론은 나빴다.

예산안 날치기와 안 대표의 잇따른 설화로 위태로워진 당 상황도 ‘빠른 결단’을 재촉한 요인이었다. 의원들의 명운이 걸린 총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누군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흠집투성이’ 정 후보자는 ‘시범 케이스’였던 셈이다. 한 최고위원은 “당이나 대표나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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