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앞줄 왼쪽 넷째)와 김무성 원내대표(왼쪽 셋째)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8일 오후 개헌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주영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은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이고, 그 옆은 홍준표 최고위원.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나라 의총 첫날…이재오·박근혜 불참, 친박 침묵, 정두언·소장파 퇴장
한나라당은 8일 개헌 의원총회를 열어 공식적인 당내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친이명박계 의원들만 나서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한데다 막판엔 50명 정도의 의원밖에 남지 않아 다소 맥 빠진 의총이 됐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막판에 “좀더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한나라당은 애초 10일까지 사흘 연속 열기로 했던 의총을 이틀 만인 9일에 끝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엔 171명의 의원 가운데 125명이 참석했다. 50명 안팎인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30명 가까이 참석했다. 하지만 발언자 25명은 모두 친이명박계 의원이었다. 친박계는 단 한명도 발언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불참했고, ‘개헌 전도사’를 자임한 이재오 특임장관도 오지 않았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아온 이주영 의원은 경과보고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면 좀 늦었지만 개헌특위를 구성해서 논의하면 3~4개월이면 다 결판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보다 힘이 막강한 개헌 전도사가 나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분위기를 띄우니 잘된 일이지만 마음이 묵직하다”며 이재오 장관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대통령 권력 분산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영우 의원은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 모든 사안에서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다양화한 사회에서 한 사람이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도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은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오 장관의 측근인 이군현·권택기 의원은 “당내 개헌논의 기구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은 재정 건전성 조항을, 이정선 의원은 장애인·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차별 금지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친이계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개헌에 부정적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개헌 목적이 불분명하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김성태 의원도 “지금 절실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민생 현안 문제”라며 개헌 시기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발언을 하지 않거나 의총 도중 자리를 떴다. 의총 도중 일어선 서병수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 나온 이야기인데 사흘 동안 의총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국민과 야당의 공감대도 없이 (친이계) 소수가 밀어붙이는 개헌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온 정두언 최고위원과 정태근, 홍정욱, 황영철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일찍 자리를 떴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권한이 강대하니 권력을 분산시키자고 하면서 개헌을 하자고 말하니 참 생소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당내 개헌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 의총은 내일 끝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이정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