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최고위원 라디오 발언…영남권 의원들 반발
“정부, 선거부담에 입지결정 못할것” 회의적 시각도
“정부, 선거부담에 입지결정 못할것” 회의적 시각도
여권에서 영남권 지역갈등으로 비화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지금 (밀양이든 가덕도든) 어느 쪽으로 결정되더라도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어느 쪽도 경제성이 없다고 나와 있는 만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도로와 고속전철(KTX)을 확장하면 공항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김해공항을 늘리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재검토하든지 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영남권 1300만 주민들의 수요를 무시한 전형적인 수도권 중심 논리”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정치적인 부담이 없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중진인 허태열 의원도 “정부가 결정하겠다고 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입지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영남의 한 의원은 “정부는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제껏 입지 결정을 미뤄왔다. 하물며 내년엔 총선, 대선이 있는데 어떻게 입지를 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토해양부가 중심이 돼 3월 중 나올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5~6월께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는 지난 대선 당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했을 때와 달라진 경제적 상황 및 항공 수요 등을 고려해 △새 공항을 짓지 않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 △밀양이나 가덕도로 공항 입지를 선정하되 착공 시기를 대폭 늦추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상반기 중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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