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기권한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여 위원장 전격 표결강행에 몸싸움 벌어지자
홍의원 “찬성하나 일방처리 반대” 기권·퇴장
한나라당 소장파 총선 내다본 독자행보 주목
홍의원 “찬성하나 일방처리 반대” 기권·퇴장
한나라당 소장파 총선 내다본 독자행보 주목
‘한-EU FTA 외통위 소위 부결’ 전말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1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부결됐다. 정부와 여당이 목표한 ‘4월 국회 처리’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 소장파인 홍정욱 의원의 기권으로 안건이 부결된 탓에 여권 내부 파장도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수도권 소장파 그룹의 독자 행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통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국회로 불러 1시간 남짓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에 따른 국내 피해대책을 들었다. 회의엔 소위 소속 한나라당 유기준, 최병국, 김충환, 홍정욱 의원과 민주당 김동철, 신낙균 의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사달’은 한나라당 소속 유기준 소위 위원장이 정부 대책에 관한 토의를 생략한 채 곧바로 표결을 선언하면서 빚어졌다. 유 위원장이 “비준 동의안에 찬성하는 위원은 기립해달라”고 말하는 순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과 강기갑,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사봉을 잡아채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최병국, 김충환 의원이 일어서자 가결을 선포했다. 이에 김동철 의원은 “찬성이 세 분밖에 안 된다”며 기립하지 않은 홍정욱 의원을 가리켰고, 홍 의원은 “기권한다”며 퇴장해버렸다. 찬성 3, 반대 2, 기권 1로 찬성이 출석 과반에 못 미쳐 안건은 부결됐다. 한나라당은 “표결 당시 홍 의원이 자리 뒤에 있던 텔레비전 카메라 탓에 제대로 못 일어섰으나 분명히 기립했다”며 ‘비디오 판독’까지 벌였지만 홍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기권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퇴장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비준에 찬성하지만 야당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은 채 ‘조속 처리’란 정부의 말만 듣고 물리력을 동원한 일방처리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관련 국회 폭력 사태 뒤 남경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2명과 함께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에 참여한다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당혹감에 빠졌다. 일단 김무성 원내대표는 “소위 부결 여부와 관계없이 비준동의안을 외통위 전체회의에 올려 처리할 수 있다. 4월 국회 처리 방침엔 변함없다”고 말했다.
4월 처리 여부의 열쇠는 홍 의원과 함께 물리력 동원 의사진행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쥐고 있다. 그는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강행처리는 않겠다”는 태도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남 위원장으로서도 강행처리는 쉽지 않다. 남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요구하는 구제역 피해 축산 농가의 부동산 매매시 양도세 감면 등을 정부 보완책에 적극 반영하면 월말께 합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한-미 에프티에이와는 달리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에 결사반대하는 기류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타협점이 찾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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