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의원
친이계 모임 좌장 맡자
계파따라 극과 극 평가
계파따라 극과 극 평가
18대 국회 초기만 해도 진영 의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의원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수시로 전화해 상의하는 ‘드러나지 않는 최측근’ 이란 말이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전 그가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장 물망에 올랐을 때 친박 의원들은 “무늬만 친박”이라며 반발했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그가 박 전 대표 캠프에 ‘투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는 심사위원장이 되지 못한 것을 두고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그는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 세종시법 수정안에 찬성 표를 던졌다. 7월엔 박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선 이재오 특임장관의 보궐선거 당선을 위해 발벗고 뛰었다. 8월 그는 “이젠 친박이 아닌 중립으로 불러달라. 박 전 대표 주변의 배타성에 지쳤다”며 ‘탈박’ 의사를 표시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는 이재오계인 안경률 원내대표 후보와 짝을 이뤄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섰다가 탈락했다. 17일 그는 친이직계 의원 중심으로 꾸려진 모임의 좌장을 맡았다.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갈아타려는 요즘의 시류와 정반대의 행보다.
진 의원은 18일 “정치, 정책적 사안에 국회의원이 계파가 아닌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섞여야 건강한 것 아니냐. 오랫동안 계보 논리를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친이명박계 모임의 좌장을 맡은 것에 관해선 “어렵다고 너도나도 쇄신을 외치지만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그가 거부한다는 계보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린다. 친박계에선 “‘탈박’한 것까진 몰라도 친이명박계 모임의 좌장이라니 너무 나갔다. 충격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친이계 한 의원은 “계파를 극복하려는 합리주의자의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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