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소득세·법인세 추가감세 안하기로
당론은 채택안해…청와대 “감세 변함없어”
당론은 채택안해…청와대 “감세 변함없어”
한나라당이 이른바 ‘엠비(MB)노믹스’의 대표 정책 격인 감세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9월 정기국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추가감세를 철회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브리핑에서 “당론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추가감세는 철회하는 쪽으로 당의 정책기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현행 세법상의 법인세·소득세 최고구간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아 이 구간을 상향 신설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구체적인 것은 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위임해 9월 중에 세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추가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다수의견이 추가감세 철회로 나온 만큼 이에 따라 향후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나라당은 추가감세 철회에 따른 보완대책으로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와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한시적인 조세감면 제도의 일몰 시기를 연장하거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한나라당이 8~10일 실시한 소속 의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최고구간 추가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172명의 설문 대상 의원 가운데 응답을 한 98명 중 2009년 개정된 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 표준 2억원 초과 법인에 대한 법인세를 22%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33.4%(33명)에 그친 반면, 이를 낮춰선 안 된다는 응답은 65.6%(63명)에 달했다. 소득세 역시 8800만원 초과 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35%에서 33%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14.4%(14명)였지만, 낮춰선 안 된다는 응답은 78.4%(76명)로 압도적이었다. 응답자 일부는 기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나성린·유일호 의원 등이 “이 정부의 대표적인 약속인 감세를 철회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은 당대로 입장이 있고, 정부도 (감세 유지라는) 선명한 입장이 있는 만큼, 앞으로 당과 대화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취임 당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뢰도 유지를 위해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세법 개정안 마련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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