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중도우파로 가야”
당 정책선도·청과 차별화도
“일방적이면 안된다” 부정뜻
당 정책선도·청과 차별화도
“일방적이면 안된다” 부정뜻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오찬 회동에서 당청은 정책이념 지향성을 두고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새 지도부의 민생 ‘좌클릭’ 움직임에 우려와 경계를 나타냈다.
홍준표 대표 체제 출범 뒤 첫 회동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늘 붉은 넥타이 차림이던 홍 대표가 이날 노 타이 차림으로 들어서자 “(오늘은) 빨간 넥타이를 못 본다”고 살갑게 말을 건넸다. 이에 홍 대표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수고가 많으셨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덕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말에 “지지율이 올라가면 (떨어질까) 불안해지고, 지지율이 내려가면 (올라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여당의 민생 좌클릭 정책을 두고 대통령과 새 지도부 사이에서 이견이 노출됐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좀더 국민 가슴에 와닿게 친서민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밑바닥 경기를 활성화해야 하고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해 당정청이 작품을 만들 듯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금의 정부 여당은 좌파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 우리는 중도 우파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며 “우리가 중도좌파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김기현 대변인이 전했다. 새 지도부가 선도하고 있는 ‘민생 좌클릭 행보’에 이 대통령이 거부감을 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첫 청와대 회동 때도 “야당을 따라하지 말라”며 “여당이 일관된 정책과 노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이 청와대를 선도하겠다는 주장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이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며 “당이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잘 서포트(뒷받침)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정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당이 일방적으로 나가 청와대와 지나치게 차별화해선 안 된다”며 “이 정권이 실패하면 정권이 교체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지금 한나라당이나 정권이 처한 민심 이반의 원인에 관한 대통령의 진단과 문제의식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홍 대표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유치 정신이 평화인 만큼 좀더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오찬 뒤 40여분 가량 이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홍 대표는 “현안에 관해 수시로 만나고 통화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엔 청와대 쪽에선 이 대통령을 비롯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두우 홍보수석이 참석했고 당에선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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