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8월1일 주민투표를 강행 의지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16일 서울 지역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청구 서명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21 이종찬
대선 출마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승부수
반대여론 묵살 “우파 지도자 되고 싶어해”
반대여론 묵살 “우파 지도자 되고 싶어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시의회와의 타협 대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선택했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대선 출마라는 자신의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주민투표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오 시장은 이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발의 기자회견을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에게 넘겼다. ‘수해복구를 내팽개친 채 무상급식이란 정치 현안에만 몰두한다’는 여론의 비판과 투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피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해 복구와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할 시장이 직분을 내팽개치고 한가하게 내년 대권놀음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주민투표 발의 배경은 오직 오 시장의 대권 행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한나라당에서도 적지 않다. 한 한나라당 재선 의원은 “이건 오 시장이 무리하는 것이다. 자신의 대선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 시장이 투표 성사 요건(전체 주민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조차 충족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선 우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이 서울시 의회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실패한 시장이란 평가를 받고 물러나는 것보다는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려다 장렬히 전사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대선 행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한나라당 재선 의원도 “오 시장은 우파의 아이콘(상징)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요건을 채우지 못해 투표가 불발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고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고, 투표가 성립돼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강단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확보한 채 서울 시장 임기를 마치고 차차기 대선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선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1.3%가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입지 강화라고 답해, 복지 포퓰리즘 확산 방지라는 응답(40.9%)을 10%포인트가량 앞질렀다.
하지만 오 시장 쪽은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서장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만일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주장한 단계별 무상급식이 선택받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주민의 심판을 받는 것인데 어찌 바로 내년 대선에 나올 수 있겠느냐”며 “반대로 단계별 무상급식이 선택을 받는다면 오 시장으로선 서울시장 임기를 충실히 채울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라 대선 출마는 시기적으로 더욱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결과에 따른 오 시장의 진퇴 여부를 두고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시민들이 오 시장을 불신임했다고 봐야 한다. 시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주민의 의사를 묻는 행정 절차를 진행한 것이지 진퇴가 걸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김외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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