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찬성’ 나오면 당 타격
‘단계 찬성’ 땐 역풍 가능성
‘단계 찬성’ 땐 역풍 가능성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계륵이다.”(한 한나라당 당직자)
서울시가 발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한나라당에서 “돼도 걱정, 안돼도 걱정”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주민투표 결과 전면 무상급식 찬성으로 결론이 나거나,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개표를 못하게 된다면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서울 재선 의원은 “당이 총력을 기울여 오세훈 서울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을 지원한다고 했는데도 실패한다면 당으로선 적잖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야당에 복지정책 주도권을 빼앗겨 버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서울 초선 의원은 “야당에 맞서 총선에서 어떤 복지정책을 내세울지 아주 갑갑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서울시장 사퇴 압력에 내몰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 재선 의원은 “만일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현재 분위기론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도 영향을 받는다”며 “오 시장이 당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행보만 생각한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 투표 결과가 단계적 무상급식 찬성으로 나와도 당으로선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단계적 무상급식이 관철된다면 서울 시민에게 ‘한나라당은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반대하는 정당이다.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보수는 바로 저런 것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며 “결국 당이 잘못된 보수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승리’가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을 결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 중진 의원은 “투표 결과가 단계적 무상급식으로 나온다면 이번 투표를 의도적으로 방관했던 야권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총선에선 본때를 보이자고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오 시장이 의도한 대로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무상급식이 관철된다고 해도 이게 그대로 한나라당의 당론이 될 순 없다”며 “당이 먼저 무상급식에 관한 확실한 태도를 정하지도 않고 오 시장의 주민투표를 지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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