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오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미 `포린 어페어스’ 기고
‘도발엔 응징, 협상엔 개방적’, 일관성 있는 균형정책 강조
“경협 증진·인도주의 지원 등 북에 새로운 시작 기회 줘야”
전문가 “적극적 방안 안보여”
‘도발엔 응징, 협상엔 개방적’, 일관성 있는 균형정책 강조
“경협 증진·인도주의 지원 등 북에 새로운 시작 기회 줘야”
전문가 “적극적 방안 안보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대담하고 창조적인 접근을 시도해 대북정책을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신뢰외교’(Trustpolitik)와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을 새 대북정책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국제적 규범을 무시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간 신뢰가 최저 수준에 놓여 있다”며 “한반도를 갈등의 공간에서 신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면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하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전 대표는 신뢰외교를 남북관계에 접목시킬 전략으로 균형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나, 지속적으로 압력을 강조한 사람들이나 모두 북한을 의미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며 “균형정책은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는 정책으로,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할 때는 매우 개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균형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예기치 못한 국내외적 사건이 발생해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북한이 또다시 군사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등 군사적 도발과 핵위협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억지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 증진 공동 프로젝트와 투명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중국·시베리아와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를 논의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남북한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남북문제 해결과 관련해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남북 양자간 외교노력을 보완하는 협력적 안보 레짐(체제)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기고문은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이 일시적인 회담의 틀을 뛰어넘는 상설적인 동북아 평화협력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 쪽은 “남북문제를 각국 외교정책 결정권자들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외교 권위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기고문은 7월 말께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잡지 쪽이 글의 주제를 남북문제에 좀더 집중해줄 것을 요구했고, 중동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달가량 발표가 늦어졌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균형정책에서 남한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신뢰나 평화를 어떻게 만들지에 관한 우리의 적극적인 방안이 안 보인다”며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입증됐듯이 긴장과 대결 국면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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