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가운데)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끝낸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원내대표, 홍 대표, 유승민 최고위원.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보수언론 코드맞추기’ 지적도
한나라당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후유증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도부 안에선 결과를 승리로 해석한 홍준표 대표의 인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박근혜 전 대표 책임론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5일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30분 뒤로 늦추며 최고위원들을 불러 모았다. 사전에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수습책을 조율함으로써 공개회의에서 이견이 노출되는 것을 피해보려는 자리였다.
하지만 오히려 홍 대표가 구석에 몰렸다. 전날 개표 뒤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승리했다”고 말한 게 도마에 올랐다. 한 최고위원은 “이겼다고 말하지 말라. 정말로 내년 총선 전망에 파란불이 켜졌느냐”고 홍 대표에게 따지며 “다음부터는 그런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최고위원도 “승리는 무슨 승리냐. 있는 그대로 결과를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어제는 (각 언론들의) 첫 보도를 의식해 기선을 제압하려고 그렇게 발언한 것이다. 그러지 않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보수 언론의 시각에 치우친 일부 당 지도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보수 언론의 코드에 맞춰서 하다 보면 보수가 강해질지언정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를 결집할 수는 있지만 외연 확대는 난망하다는 지적이었다.
당 안팎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주민투표에 거리를 둔 것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이계인 강승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오 시장이나 한나라당 서울시당에서 절실하게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주민투표에 거리를 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굉장히 아쉽고 안타까웠다”고 비판했다. 극우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자신의 공식사이트에 ‘시민의 분노로 한나라당과 박근혜 기득권 체제를 부숴버려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보여준 무기력하고 비겁한 침묵은 경악 그 자체였다”며 “보수의 핵심들이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이 폭발하면 한나라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고, 박 전 대표 독주의 대선 구도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어떻게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제까지 이야기하느냐. 정말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박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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