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외통위원장, 야 반발속 직권으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야당의 반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상임위에 직권으로 상정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 위원장은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반대 뜻을 표시하며 위원장석을 둘러싼 가운데 동의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남 위원장은 “이제 제가 결정할 시기가 왔다”며 “이건 비준동의안 상정이지 처리가 아니다.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하거나 미국보다 먼저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철 민주당 간사 등은 “지금은 상정을 할 객관적인 상황이 아니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동의안을 제출하면 그때 하지 왜 갑자기 하느냐”고 항의하며 남 위원장의 옷깃을 붙잡는 등 20여분 동안 상정을 말렸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의원 등도 위원장석 뒤에 서서 반대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남 위원장은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은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강기갑 의원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가는데 그렇게 선물이 필요하냐”고 소리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상정된 것은 6월3일 국회에 제출된 지 106일 만이다. 남 위원장은 상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의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내달 10~20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남 위원장이 여야 합의로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겠다는 말을 뒤집고 갑자기 날치기로 직권상정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선물을 준비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고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다시 벌어졌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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