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왜 속전속결 택했나
예정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물리적 충돌 최소화 의도도
예정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물리적 충돌 최소화 의도도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단독 강행처리는 주도면밀하게 진행됐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여의도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만나 단독 강행처리 방침을 굳혔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한다”며 황 원내대표의 결심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뒤 황 원내대표는 비준동의안 표결처리를 위해 이날 밤 의원들에게 다음날로 예정된 예산관련 의원총회에 필참하라는 서신을 보냈다.
22일 국회 원내대표실로 출근한 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국회의장실을 찾아 부재중이던 박희태 국회의장 대신 윤원중 의장 비서실장을 만나 직권상정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오전 1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합의처리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타진했다. 1시간가량의 회담 뒤 접점이 없다고 판단한 황 원내대표는 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오후 2시 열린 당 예산관련 정책 의총은 비밀작전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직전 장소를 국회 2층 246호실에서 본회의장 맞은편에 있는 예결위회의장으로 급히 바꿨다. 의총 들머리 발언에서도 단독 강행처리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던 황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회의가 바뀐 뒤 6번째 의원의 발언 도중 “할 말이 있으니 빨리 마무리하시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금부터 바로 본회의장에 입장해달라. 국회의원의 품위를 잃지 말고 강인한 의지를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독려했다. 강행처리 방침을 미리 알고 있던 최고위원들과 원내 핵심 지도부를 뺀 의원들은 술렁임 속에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로부터 미리 귀띔을 받은 박근혜 전 대표도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애초 강행처리 날짜로 손꼽히던 24일 본회의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단독 강행처리한 것은 더 시간을 끌어도 야당과 합의 처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야권통합이라는 정략적 고리를 걸어서 국익을 도외시하는 것을 보고 떡장수 할머니와 호랑이에 관한 민간 설화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판을 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합의처리할 리 만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3개월 안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충분히 강행처리의 명분을 쌓았다고 판단한 듯하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더 시간을 끌면 비준안을 처리할 동력도 떨어지고 여론도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초 알려진 대로 24일 강행처리를 한다면 야당의 강력한 반발 탓에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어 부담만 커진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한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내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로선 날짜를 앞당겨 처리해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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