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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나라 위기대응 시스템 ‘불능’…내부서도 “뇌사 상태”

등록 2011-12-05 21:52수정 2011-12-05 23:08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잇단 악재에 사실상 공황
홍준표, 안일한 상황판단 임기응변 대처
박근혜, 변화요구 외면 ‘수렴청정’ 리더십
쇄신론 힘빼고 내년 총·대선 정치셈법뿐
“지금 한나라당은 사실상 뇌사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한 영남 초선 의원)

한나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등 연이은 악재에 빠져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집권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식물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제기된 쇄신론은 40여일이 흐른 여지껏 별다른 성과물을 남기지 못했다. 지도부 퇴진론, 당사 폐지, 완전참여 국민경선제 도입, 박근혜 전 대표 조기등판론, 조세 개혁 등 말만 무성했을 뿐이다.

우선 한계를 드러낸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이 원인으로 꼽힌다. 홍 대표는 위기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외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민심의 반발을 불렀고, 선관위 디도스 사태 발생 직후엔 트위터에 “큰집 살림을 하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글을 띄워 ‘안일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4일 밤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선관위 디도스 사태엔 아랑곳없이 “쇄신만 논의하자”고 말해 최고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홍 대표는 이날 디도스 사태에 사과했지만 참석자들은 “홍 대표가 이것마저 하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사고가 나면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를 파악 못한 채 사태를 키우고 있다”며 “그런 인물에게 대표를 맡기니 당이 수습을 못하고 꼬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홍 대표는 대표직을 계속하려는 생각이 앞서 당의 안위보다 자기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며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당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다”(한 초선 의원)는 비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도 쇄신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전 대표는 “신중해야 한다”며 쇄신파가 주도하고 홍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에 제동을 걸었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가 한달여의 쇄신 논의 끝에 유일하게 실천 대안으로 구체화하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제안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한마디 하면 그것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지는 등 당의 공식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여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대치 당시 “회기 내 처리”를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지도부의 강행처리에 힘을 실어 “비준안 합의처리야말로 쇄신의 출발점”이란 협상파 의원들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한 영남 초선 의원은 “이미 홍 대표 체제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박 전 대표는 팔짱을 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표직을 지키려는 홍 대표와 총선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박 전 대표의 담합이 당을 침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쇄신의 흐름을 이끌어온 민본21 등 쇄신파 의원들은 길을 잃은 형국이다. 이들은 비준안 강행 처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져 정치적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운영에 관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응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쇄신 논의 내내 침묵하다 내용보다는 절차와 형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힘을 빼놓은 다수 ‘청와대 충성파’ 의원들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각종 의총마다 “대통령 덕에 당선된 것을 잊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쏟아내며 쇄신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현 지도부는 전혀 위기관리능력이 없는데도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쪽은 서로의 필요 탓에 바꾸기를 꺼려한다”며 “이런 당내 역학구도 탓에 당의 기능정지 상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성연철 임인택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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