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주영 정책위의장(왼쪽), 김정권 사무총장과 함께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체제 와해 임박
친박계쪽 “전당대회 출마 등 모든 가능성 열어둬야”
홍대표 체제 불신…당권·대권 분리 규정 수정할 수도
친박계쪽 “전당대회 출마 등 모든 가능성 열어둬야”
홍대표 체제 불신…당권·대권 분리 규정 수정할 수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는 쪽으로 친박계의 분위기가 급속히 기울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나서고 싶지 않지만 당 안팎 상황이 그의 ‘조기 등판’을 떠미는 모양새다.
그간 박 전 대표 쪽은 “전당대회에서 뽑힌 홍준표 대표를 존중해야 하고, 공정 경선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든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극도로 조기 등판을 꺼려왔다. 하지만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동반 사퇴가 현실화하면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관측이다. 친박계의 한 핵심 측근은 6일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있기보다는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전당대회가 열려 출마하거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거나 조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거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은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지고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박 전 대표가 출마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한 측근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태가 터지기 전의 상황과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이란 것도 당을 위해 당원의 뜻을 모아 만든 것인데 당원들이 뜻을 모은다면 고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당헌·당규상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는 대선 1년6개월 전부터는 대표 등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는데, 당헌·당규를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쪽이 조기 등판론 쪽으로 기운 것은 더는 홍준표 체제로는 사태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박 전 대표 진영 안에선 공천까지만 홍 대표가 피를 묻히며 처리를 해주고 이후 내년 1~2월께 꾸려질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전면에 등장하는 일정표를 계획해왔다. 하지만 선관위 디도스 사태 이후 안이한 대응으로 한계를 보인 홍 대표 체제로는 총선 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한 측근은 “위기에 당의 리더십이 전혀 발휘되지 않다보니 악재가 뭉쳐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비로 쓸어선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폭설 상황에 닥쳤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중진 의원도 “이대로는 당이 망하게 생겼다”며 “지금 상황에선 박 전 대표 말고는 당이 통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체제 유지를 주장했다가 닥칠 비판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한 친박 재선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계속 홍 대표 체제를 옹호했다가는 마치 박 전 대표가 홍준표 체제의 후견인으로 비칠 수 있다”며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곤혹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에게 뒤처져 2위 후보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다급함도 작용한 것 같다. 한 측근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박 전 대표도 다시 한번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의원도 “친박 진영 안에서도 이대로 앉아 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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