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 상의 안한듯…“이해해주리라 생각”
전격 선언…박 주변 의원들에 항의 뜻도
전격 선언…박 주변 의원들에 항의 뜻도
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3인의 동반사퇴에 물꼬를 튼 인물은 유승민 최고위원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사퇴 뜻을 품고 유 최고위원의 선택을 주목해온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이 ‘사퇴 결행’에 나서자 즉시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6일 밤과 7일 오전까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 최고위원의 사퇴는, 당과 박 전 대표가 위기 상황에 빠진 가운데 박 전 대표에게 “이제 좀 앞으로 나오시라”고 손목을 잡아 끈 행동으로 풀이된다.
유 최고위원은 사퇴에 관해 일단 박 전 대표와 긴밀한 상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박 전 대표에게) 사전에 보고를 못했다. 당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서 고민을 하고 제가 결심하게 됐고, 회견 직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도 “유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오늘 오전에 통화했다. 박 전 대표가 당혹해했다”고 전했다. 한 친박 참모는 “유 최고위원 스타일 상 박 전 대표와 상의를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스타일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그를 끌어가려는 유형의 참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 최고위원의 결정을 박 전 대표도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유 최고위원이 적어도 한 달여 전 이상부터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을 박 전 대표에게 알
리며 행동을 촉구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혀 예상 못한 사태는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2일 드러난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사태 직후 박 전 대표의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한 친박 참모는 “박 전 대표도 홍준표 대표의 민심과 동떨어진 대처에 이대론 안 된다는 쪽으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고 유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극약처방’을 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긴밀한 상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어도 박 전 대표 역시 “닥칠 게 닥쳤다”(한 친박 참모)고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유 최고위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사퇴 회견에서 “(박 전 대표도) 이해해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유 중엔 박 전 대표 주변의 친박 의원들에 대한 항의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 친박 참모는 “좌고우면했다가는 박 전 대표 주변 인물들이 박 전 대표를 통해 유 최고위원의 결심을 말리고, 그러면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해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에 사퇴 기자회견을 한 것 같다”며 “유승민 식의 기습적인 문제제기 방식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10·26 재보선 직후부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해온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사퇴회견 뒤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대표가 즉각사퇴를 거부하며 ‘재창당’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쇄신 대상이 무슨 재창당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쇄신파 일부에서 탈당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간 ‘독수리 5형제’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한나라당에서 떠나보낼 수 없다. 내가 사퇴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을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한나라당 유승민(맨위 사진부터)·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각자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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